[횡설수설/길진균]트럼프의 정신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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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난데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이 논란이다.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는 김정은 신년사에 “내 핵 단추는 더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 가능하다”고 쓴 트위터 글이 발단이었다. 여기에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는 기름을 부었다. 울프는 트럼프 정부의 설계자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측근들조차 그를 모자란 사람으로 여긴다고 폭로했다.

▷“배넌이 정신을 잃었다”고 분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위터에 “나는 성공한 사업가, TV 스타, 그리고 미국 대통령에 올랐다. 이것은 똑똑한 것이 아니라 천재라는 걸 입증한다. 그것도 매우 안정된 천재다”라고 직접 반박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에 대한 집착이 다시 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허약한 자존감 때문에 늘 과잉 보상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과거 공화당 정권 인사들마저 그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정신건강은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된다. 1964년 ‘팩트 매거진’은 정신과 의사들을 상대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에 대해 설문했다. 응답한 의사의 49.2%는 골드워터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골드워터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골드워터 룰’이 만들어졌다. 정신과 의사들이 직접 진료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이 가져올 리스크에 대해 경고할 의무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통령의 정신건강은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모를 모두 총격으로 잃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폐쇄성은 지난 정부를 파국으로 몰고 간 한 원인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모든 분쟁 지역에서 대화와 전쟁을 선택할 수 있는,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익명의 백악관 내부 인사는 최근 “역사상 모든 전쟁은 우발적 사고였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까지 걱정해야 하나.
 
길진균 논설위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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