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방서 앞까지 불법주차, ‘기본’ 잃은 사회가 재난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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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해돋이를 보러 강원 강릉시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 일부가 119안전센터 앞마당을 막는 ‘무개념 주차’를 해 지탄을 받고 있다. 자칫 응급환자나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차를 즉각 출동시키지 못하는 아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경포대 이외에도 전국의 해돋이 명소에는 도로 한가운데에 불법 주차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불법 주정차로 소방차의 진입이 늦어지며 피해가 커진 제천 참사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빚어낸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소방서 앞까지 불법 주차를 하는 데는 처벌의 느슨함도 한몫한다. 미국은 소방서 출입구에서 최소 20피트(6.1m) 떨어진 곳에 주차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즉시 견인하고 높은 범칙금을 물게 한다. 일본은 주정차 금지 구역에 주차하면 범칙금이 1만8000∼2만5000엔으로, 한국의 4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을 지탱하는 힘은 시민들의 ‘기본은 지킨다’는 준법정신이다.

현대 사회는 곳곳에 재난과 사고 요인이 도사리는 ‘위험 사회’다. 각종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책무지만 정부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쥔 것은 아니다. 당장 과속 음주 운전과 불법 주차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도로 위 위험은 단속이나 시설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유능한 국가, 효율적인 사회라도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반대로 기본을 잃은 사회는 사소한 사고도 사회적 재난으로 키울 수 있다.

우리는 2016년, 2017년 촛불정국을 거치며 ‘내가 나서면 세상이 바뀐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다. 국민 각자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무형의 값진 자산이다. 안전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나의 변화가 자신과 이웃을 지킬 수 있다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불법주차#응급환자#화재#소방서 불법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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