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일하]GMO가 악마의 농산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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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1990년대 말 유럽 황색저널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을 프랑켄푸드(프랑켄슈타인과 음식을 합성한 용어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개발된 농산물을 비하해 부르는 말)로 낙인찍고, 일부 과학자들이 근거 없는 공포를 확산시킨 후 GMO라는 단어는 주홍글씨가 되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현재 생산되고 있는 GMO가 인간에게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단 한 건도 없다. 경험적으로도 지난 30여 년간 GMO에 노출되었던 미국 국민들에게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30년의 세월이 충분하지 않으니 더 많은 세월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과학자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 배 속에 들어간 GMO 농산물은 그저 영양분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은 21세기 인류가 당면할 3대 과제로 식량 에너지 환경 문제를 꼽았다. 인구학자들은 2050년 세계 인류가 90억 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현재의 작물생산성으로는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인구 절벽과 음식물 쓰레기를 걱정하는 한국 국민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3%도 채 되지 않는다. GMO 기술은 닥쳐올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과학기술에 해답이 있음에도 그 해답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안 먹으니 너희도 먹지 마라”라는 캠페인을 ‘환경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새 정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해 GM작물개발사업단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주홍글씨 낙인찍기다.

현재는 식량자급률이 100%에 이르는 유럽만 자국의 농식품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들 자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식량자급률이 겨우 23%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만 자국의 이익보다 GMO 완전표시제라는 명분을 좇고 있다. GMO라는 주홍글씨를 점차 느슨하게 하면서 그 안전성을 국민에게 설득해 나가야 할 시점에 오히려 강화하겠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적 근거도 없고, 뻔히 보이는 미래 위기 상황의 대처도 가로막고 있는 이러한 주장을 어디까지 받아줄 것인가. 악령이 출몰하는 사회는 어쩌면 이 시각 대한민국일지도 모른다.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gmo#유전자변형작물#gmo 농산물#식량자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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