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윤윤규]최저임금 인상을 경제 선순환 기회로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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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2018년 최저임금은 16.4% 오른 시급 7530원으로, 2002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보다 시급 기준으로 1060원, 월급 기준으로는 22만 원 인상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라는 측면만을 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효과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생산과 고용을 유발하는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최저임금이 16.8%나 올랐으나 고용률과 거시경제지표가 양호하게 유지된 바 있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임금 계층의 소득과 소비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유발하고 다시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일자리-소득-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한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처 등의 보고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분배 개선은 소비지출을 증대시켜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을 촉발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의 추가적 인상(9%)으로 예상되는 소비지출 증가는 GDP의 0.25%에 해당하는 4조6000억 원, 이에 따른 고용 유발의 규모는 4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유발 효과 추정치는 고용 감소가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고용 감소가 부분적으로 발생하더라도 이를 상쇄할 정도로 상당한 거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둘째,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효율임금 이론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일자리 질 개선은 노동자 생산성 향상, 제품·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하여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하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 공급의 확대를 유도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으로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또한 임금노동 참여를 촉진하고 생계형 창업이나 자영업 진입을 제어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분산시켜 일자리-소득-성장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려면 정부 기업 노동자 시민 등 모든 주체가 긴 호흡으로 대화와 타협, 연대와 배려, 공정경쟁이라는 경제민주주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일자리 질 개선 등 소득분배 정책에 따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영세 자영업·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안정자금 및 사회보험·세제 지원, 카드 수수료 인하, 적정 임차료, 적정 하도급 단가 등 다양한 지원과 제도개선 조치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중소기업 또한 생산성 향상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품질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 대기업·정규직 노조도 연대기금 조성, 임금 양보를 통한 격차 해소 등을 통해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최저임금#최저임금 인상#시급#인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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