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병헌 의혹 손댄 檢, ‘산 권력’도 엄정 수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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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국회의원 당시 보좌진 윤모 비서관 등 3명을 검찰이 긴급체포하고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5년 롯데홈쇼핑 측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3억 원을 낸 사실을 확인하고 뇌물 혐의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당시 현역 의원이던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살아있는 권력’인 청와대 핵심인사 주변을 수사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수사는 전 수석의 전 보좌진을 겨냥하고 있다. 윤 씨 등이 롯데홈쇼핑 관계자들에게서 상품권 등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단서가 확보됐다. 그러나 홈쇼핑 업계에선 보좌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작년 롯데홈쇼핑 비자금 수사 때도 전 수석 연루 의혹이 나돌았다. 하지만 당시 본격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19대 국회에서 전 수석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3선 야당 의원으로 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 큰 영향을 행사할 위치에 있었다. 2013년 이후 4년간 e스포츠협회 회장도 지냈다. 롯데 측이 전 수석이 이 협회 회장을 연임한 때 3억 원의 후원금을 왜 냈겠는가. 대가성이 없는지 경위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금 흐름만 볼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게임농단 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에 “전 수석과 윤모 전 비서관이 속했던 게임 언론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 전 수석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김모 교수”라는 폭탄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전 수석은 “여 위원장 주장은 모두 허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 위원장이 적시한 윤 씨의 체포를 보면 ‘뭔가 있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현 정부 국정과제 1호로 천명된 적폐청산 수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방해 혐의를 받던 변창훈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했다. 무리한 하명(下命)수사가 쏟아지더니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며 검찰 내부가 술렁인다. ‘윤석열 수사팀’은 현재의 권력에도 잘 드는 칼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폐수사로 잘못을 뿌리 뽑겠다는 주장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견 검사의 자살로 적폐수사를 보는 검찰 안팎의 눈이 싸늘해졌다.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의 ‘죽은 권력’의 비리만 수술하는 것이 민망해 구색 맞추기로 하다간 검찰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전병헌 자택 압수수색#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게임농단 세력#적폐청산 수사#윤석열 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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