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 혼내다 늦었다’는 김상조의 유치한 완장 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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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장에 지각하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고요”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수습했지만 민관 참석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열린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기업의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있다”, “하도급 분쟁을 일으키는 임직원은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빚 독촉이라도 하듯 기업을 몰아세운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널뛰듯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했다. 6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기업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재산”이라며 몰아치기식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달 뒤 7월 CEO 간담회에선 “대기업의 자발적 변화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돌변했다. 다시 한 달여 전 본보 인터뷰에서는 “재벌개혁은 때리기보다 기다리기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톤을 낮췄다. 지난주 경제관계장관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었다. 이런 자리에서 대기업을 혼낼 대상으로 무심코 말한 것이 그의 본심일 것이다.

취임 이후 김 위원장이 보인 언행들은 공정하게 책무를 수행해 모범을 보여야 할 공정위원장이 한 말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7월 초 공정위 신뢰회복 방안 브리핑에서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고 하더니, 1주일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출석해선 교수 시절 총수급 대화채널이 없어 ‘삼성 저격수’가 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논문 표지갈이, 부인 소득신고 누락, 부동산 다운신고 등으로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취임 초기 온건한 이미지를 보인 것은 청문회 때 드러난 흠결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에서였나.

장관급 고위관료가 경망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 지금 김 위원장은 팔에 두른 ‘경제검찰 총수 완장’으로 약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마치 갑이 을을 다루듯 하는 그의 처신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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