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상면]동학운동 기념일 제정, 지자체 이해관계 뛰어넘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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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면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이상면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3년이 지났다. 이로 말미암아 청일전쟁이 터져 결국 조선과 청국이 망하고 일본이 동북아 강자로 등극하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를 시발로 우리는 긴 의병, 독립운동을 거쳐 새 나라를 세웠다. 좋든 싫든 기념하지 않을 수 없다.

1894년 봄 전봉준이 고부군수의 학정에 항거한 것을 계기로 일어난 동학농민군은 4월 말 전라도 전역을 석권하고 5월 7일 정부 측과 전주화약(和約)을 체결하고 폐정개혁을 시작했다. 그 직전 동학란 진압을 위해 정부가 청국군을 불러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덩달아 일본군이 들어와 6월 21일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국군 축출작전에 나섰다. 전봉준은 청국군이 8월 15일 평양전투에 패하여 돌아간 것을 알고서도, 국왕이 일본군에 잡혀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다시 동학군을 일으켰다. 동학 교주 최시형이 9월 18일 총동원령을 내려 가세했어도, 동학군은 일본군과 그에 부속된 관군에 두어 달 만에 패망하고 만다.

동학농민운동 실패 후 조선은 일본에 예속되어 이내 망국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이로 인해 의병, 독립운동이 일어나 3·1독립선언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태동했고, 일제의 패망과 광복으로 1948년 정부를 수립하게 되었다. 요컨대 동학농민운동은 의병, 독립운동으로 이어져 건국운동의 시원이 되었던 것이다.

동학농민운동이 결국 민국의 시원이 되었으니, 기념일을 정하여 그 뜻을 기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자기 지역에서 일어난 전투일로 기념일로 정해야 한다고 떼를 쓰는 것은 문제다. 부안에서는 고부 봉기일을, 정읍에서는 관군을 처음 물리친 황토현 전투일을, 장성에서는 황룡촌 전투일을 각각 주장한다.

여러 지자체가 국가기념일을 두고 서로 다투자, 정부가 우선 정해놓고 지자체에 의견을 묻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만간 기념일이 선정되면, 관련 지자체가 수긍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기념일 후보 중 하나는 동학군이 전주성을 점령하고 정부 측과 화약을 체결한 음력 5월 7일이고, 둘째는 교주 최시형이 총동원령을 내린 음력 9월 18일이라고 한다.

그보다는 전봉준의 남접군과 손병희의 북접군이 논산에서 합류하여 공주를 치기 전에 충청감사 박제순에게 개전서(開戰書)를 보낸 음력 10월 16일로 정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 공교롭게도 최시형의 총동원령이 나온 음력 9월 18일을 양력으로 변환해도 역시 10월 16일이다. 동학군이 전국에서 일어나 일본군과 그에 딸린 관군에 대항하여 싸웠던 것이니, 그 기념일은 남접군과 북접군이 합류하기로 한 양력 10월 16일로 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상면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동학농민운동#동학농민운동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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