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질질 끄는 선거재판, 불법선거에 면죄부 주는 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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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 이달 13일로 1년 6개월이 지나지만 국회의원이 연루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은 36건 중 47.2%에 이르는 17건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공직선거법상 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고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각각 1·2심이 끝난 뒤 3개월 내로 마무리 짓게 돼 있다. 13일까지 모든 선거재판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야 실정법에 맞지만 사법부가 늑장 재판을 하면서 ‘6·3·3’ 규정을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있다.

20대 총선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김종태 전 의원 1명뿐이다. 현재까지 당선무효형인 벌금형 100만 원 이상으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의원은 한국당 권석창 박찬우, 국민의당 박준영 최명길, 새민중정당 윤종오 의원 등 5명이다. 박준영 의원은 1심으로부터 9개월, 박찬우 의원은 1심으로부터 7개월이 지나 2심 법정기간 3개월을 훌쩍 넘었지만 아직 2심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선거사범 신속재판 제도는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이 만들어지면서 처음 시행됐다. 당선 자격이 없는 의원을 가능한 한 빨리 국회에서 배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재판을 질질 끄는 국회의원 피의자도 문제지만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재판부의 잘못이 더 크다. 재판부가 강제구인이나 결석재판 등의 법적 권한과 집중심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기간을 넘긴다고 재판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을 상실할 당선자가 임기 절반을 넘기도록 국회에 머물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선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이래서야 공명선거 보장이 가능하겠는가.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도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 제정 때 6개월로 변경된 뒤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재판은 신속히 진행해야 하지만 공소시효를 굳이 6개월에 묶어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발되면 언제라도 처벌할 수 있어야 법을 위반해도 6개월 공소시효만 넘기면 된다는 출마자들의 위법심리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선거법 위반 의원을 엄중히 처벌하는지도 의문이다. 벌금형 70만∼90만 원을 선고받아 유죄이긴 하지만 당선무효를 면한 의원이 무려 18명에 이른다. 18대 총선에서는 당선자 30명이 기소돼 15명이 당선무효 판결을 받았다. 19대 총선에서는 당선자 34명이 기소돼 10명이 당선무효 판결을 받았다. 20대 총선에서는 더 많은 36명이 기소됐으나 당선무효가 확정되거나 예상되는 의원은 6명에 불과하다. 선거판이 더 공정해진 것인지, 재판이 느슨해진 것인지 법원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재판#불법선거#선거법 위반#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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