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임경억]무용지물 시각장애인용 민원발급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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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해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구내에 있는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았다.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서류를 뗄 수 있게끔 점자와 음성 안내가 지원되는 기계다.

그런데 음성 안내는 액정 화면 아래에 이어폰 단자와 지문 인식기가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더듬어 봐도 이어폰 단자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인에게 물어봐도 역시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기계 자체 스피커에 귀를 바짝 갖다대고 음성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눌러가다가 또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문 인식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는 음성 안내 후에 아무런 진행 안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행인에게 부탁해 액정을 봐달라고 하니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선택 항목의 포함/미포함을 반드시 선택해야 발급이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터치 기능으로만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결국 이 무인민원발급기는 절차를 읽어주기만 했을 뿐 시각장애인에게는 쓸모가 없는 기계였던 셈이다. 왜 이런 기계를 설치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임경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
#주민등록등본#무인민원발급기#시각장애인용 민원발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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