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병리사회’ 민낯 드러낸 240번 버스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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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사건은 사실 확인 없는 자극적 정보가 인터넷을 거치면서 한 사람의 삶을 몇 시간 만에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33년간 성실하게 운전대를 잡아온 버스 기사 김모 씨는 자신을 향한 악성 댓글이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너무 많아 그때부터 밥 한 끼 먹을 수도, 잠 한숨 잘 수도 없다”는 증언은 그간의 심적 고통을 보여준다.

‘버스에서 어린아이만 내리고 버스가 출발했고 엄마가 문을 열어 달라는데도 기사는 운행을 계속했다’는 240번 버스 사건은 11일 오후 7시 반경 다음의 한 카페에 첫 글이 올라 왔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관련 글을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82쿡 등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 나르면서 저주의 욕설을 퍼부었다. 폐쇄회로(CC)TV로 사실관계가 드러나며 기사는 누명을 벗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손발이 마비되는 증세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치료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자극적 내용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오면 그걸 사실로 단정 짓고 달려드는 행태는 현대의 심각한 병리현상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고 대중이 약자에게 쏠리는 ‘약자 프레임’이 잘 먹히는 한국에서 더욱 심하다. 재력가 안주인이 최태원 SK 회장과 내연녀에 관련한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써 실형을 선고받은 걸 보면 온라인 마녀사냥엔 남녀노소와 빈부의 구분도 없다. 240번 버스 사건은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모욕하고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
#240번 버스 사건#204번 버스#인터넷 병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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