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성진 장관 후보, 정직성 전문성 다 문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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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어제 불발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미뤄졌다.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시종 후보자를 공격한 건 야당이 아닌 여당 의원들이었다. 청와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인사 시스템의 허점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부(部)의 첫 장관이자 새 정부 내각 18개 부의 마지막 장관 인사로 여권이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박 후보자는 8월 24일 지명 직후부터 부적격 논란에 휩싸였다. 종교, 사상적 이유 등으로 의원들이 여야 따로 없이 “안 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소명하겠다”며 사퇴론을 일축했지만 청문회를 끝낸 뒤 적격성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3년 전 ‘보수 논객’ 변희재 씨를 자신이 교수로 재직 중인 포항공대 학내 행사에 초청한 것을 두고 박 후보자는 “강연자 추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청문회에서 “제가 연결해준 것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 여당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문제 삼자 “뉴라이트라는 말은 들어본 적 있지만 한 번도 어떤 성격인지를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포항공대 정기 세미나에 뉴라이트계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강연자로 초청하면서 동료 교수들이 대책회의까지 열어 반대했지만 강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말 바꾸기, 거짓말 논란이 거센 것은 당연하다. 그는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탈루를 인정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핵심 임무는 중소기업을 일으키고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일이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데 대해 “직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개선 방법을 묻자 “질문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2년 전 ‘포항 강소(强小)기업’ 심사 때는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업체를 위원장 직권으로 선정해 예산 지원 특혜를 준 정황까지 드러났다. 이런 사람에게 어떻게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나.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가 마땅하다.
#박성진 장관 후보#보수 논객#변희재#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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