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드갈의 한국 블로그]노후가 불안한 결혼이주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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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국인 남성과 혼인해 한국에 이주한 여성을 결혼이주여성이라고 부른다.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국제결혼이 흔치 않았던 초반에 이들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친구 중 하나는 캐나다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최초의 다문화가족 자녀다. 친구의 부모님은 한국에서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수차례 구청 등 공공기관을 방문했지만 공식 절차가 없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한참 지난 뒤에야 겨우 신고를 마쳤다고 한다.

오늘날 국제결혼 공식 신고 절차는 1980년대에 도입됐지만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한 당시 사회적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건 다문화가족 비중이 급증한 2000년 이후부터다. 2016년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은 27만8000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이른다. 자연히 다문화가족 관련 법률과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이 제정됐다. 1, 2차 다문화가정 정책 기본계획에 이어 내년부터 3차 기본계획을 관련 전문가가 수립할 예정이다.

올해 종료될 예정인 2차 다문화정책의 핵심 정책에는 자녀교육 지원정책과 이주여성 일자리정책, 다문화이해 교육정책 등이 포함된다. 이 중 가장 관심이 뜨거운 정책은 이주여성 일자리 지원정책이다. 하지만 정책을 뜯어 보면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완벽한 해결책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이주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해 이주여성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주여성들을 만나면 남편과의 나이 차와 노후대책에 대한 질문부터 던진다.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대체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해서다. 안타깝게도 대다수 이주여성은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이 급하다며 모든 일의 기초인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한국어 실력과 무관한 업종에서 일을 하기에 더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일자리정책이 정확한 현실 조사를 기반으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물론 한국어를 잘하는 이주여성들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은 한국인과 똑같이 경쟁해 전문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자격증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게 도와주는 등의 정책을 마련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별 상황과 조건에 따른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말했듯 한국인과 혼인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보다 15세 정도 어리다면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경제활동을 그만둬야 할 시기가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직업 활동이 가능한 부인이 온전히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면 하나같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내비친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는 소홀히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고 생각하기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참석할 여유가 없다. 자녀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이도 상당수다.

정책을 세우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가족 정책은 숙고를 거듭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결혼이민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어교육과 미래에 대한 조언인 것 같다.

보통 나이가 어리고 학력이 낮은 결혼이민자일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겸손하지 못한 자세지만, 어쨌든 그들이 세상살이에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는 게 옳은 일이다. 한국어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한 장기적 준비 같은 것들 말이다.

왜 그 많은 이주여성들이 훌륭한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못하는 걸까. 육아 부담이 문제인지, 학력이 문제인지, 돈이 문제인지를 조사해서 그에 맞는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부는 아니라도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결혼이주여성#노후#국제결혼#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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