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25주년 수교행사도 따로 열자는 ‘속좁은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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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채택 이후]

윤완준 특파원
윤완준 특파원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5월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단 파견을 제안했다. 중국 측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석 달이 다 돼가도록 양국 간에 관련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8일 “사드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양국 간에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중국은 대신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사드 완전 철회만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5월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게 돌아가자 실무협상단 파견과 관련한 추가 제의를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던진 ‘실무협상단을 통한 외교적 해결’ 카드는 두 달여 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것이다.

중국은 북핵이 이슈화될 때마다 미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입버릇처럼 강조하지만 사드 문제만 나오면 입장이 표변한다.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사드 보복의 손길은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원래 한중 수교 25주년인 24일 양국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열기를 원했다. 중국은 일찌감치 어렵다고 통보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독자 개최하게 된 행사에 누가 참석할지도 중국은 아직 알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주중 한국대사관의 국경일 행사 때도 행사 당일에야 아주국 참사관(한국의 과장급)의 참석 사실을 알렸다. 이번에도 당일 통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때문에 중국 측이 한국 행사 하루 전인 23일 별개의 수교 25주년 행사를 치르겠다고 밝힌 의도에 의심의 눈길이 적지 않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4기 추가 배치 발표(1일) 사흘 뒤 이런 사실을 한국 측에 알려왔다. 급하게 결정했는지 장소와 규모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주중 한국대사의 참석을 요청했다. 23일 행사의 한국 참석자 급을 보고 24일 한국대사관 행사의 중국 측 참석자를 결정하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정말 대국답지 못한 외교”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 주체인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자리에선 “중미 간 최근 안보대화 경제대화가 잘됐으니 인문대화 사법제도대화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인 한국과는 수교 25주년 행사마저 따로 치르려 하고 있다.

중국은 대국 외교를 강조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답게 사드 문제 역시 대화로 풀려고 노력할 때 “대국답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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