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신현웅]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상생 위해 종합관리체계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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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다. 이러한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어느덧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33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던 본래 도입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은 보장성은 물론이고 비급여 관리, 의료비 지출 등 건강보험의 주요 현안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필자가 연구한 결과에서도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은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보장성 강화 정책이 민간보험사들에 상당한 이득이 됐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급여화되는 비급여보다 새로운 비급여 발생 속도가 더 빨라 오히려 민간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으로 반사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희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민간보험사의 손해율과 무관하게 민간보험사가 지불하기로 한 부분을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이 대신 지불함으로써 민간보험사의 지급액이 감소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4대 중증질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급여화됨으로써 민간보험 지급액은 기존의 64만 원에서 12만8000원으로 51만2000원이나 감소하였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은 불필요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을 야기한다. 실제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성·연령, 건강상태, 소득수준 등 동일한 조건의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에 비해 연간 5만7200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건강보험 지출은 고스란히 모든 국민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돌아간다.

새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추가로 확대되면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상호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법 아래서, 민간의료보험은 보험업법 아래서 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방식을 벗어나 건강 보장체계라는 큰 틀 안에서 둘 간의 종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사보험 모두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절적 관리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언제까지나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공·사보험 간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건강보험#건강보험 보장률#민간의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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