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생 죽음에 분노한 美… ‘연내 남북정상회담’ 기대한 文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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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송환 6일 만인 19일 결국 사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방영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웜비어가 북한 당국에 억류당해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면서 “북한이 웜비어를 죽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망에 이르게 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 책임론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의 잔인한 행동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을 ‘비이성적 정권’으로 규정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평양의 한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체제 전복 죄목으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미국민들은 웜비어가 북한의 고문 등 잔혹행위로 사망했다고 믿고 있다. 멀쩡한 청년이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온 것도 모자라 죽음에까지 이르렀으니 미국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분노가 어떨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어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북핵 폐기의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말이 가기 전에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분위기가 올해가 가기 전에 형성되기를 바란다”면서 연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서 연내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길 희망한다고 했다.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은 평가하지만, 과연 지금이 북과의 대화를 말할 때인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에 대해 성명을 내고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했다. 우리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의 굳건한 미래를 위해 미국의 아픔에 동참할 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원하고 대화를 바란다”고 했지만, 북이 원하는 대화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일은 북한 ‘인질 외교’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졌다.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가장 반문명적 반인권적 만행이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이 무슨 짓을 했기에 건강한 20대 청년이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유엔인권이사회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이 웜비어 유족에게 조전(弔電)을 보낸 것은 당연하고도 시의적절한 조치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현재 북한에 억류된 국민 6명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국제 인권문제 전문가로 평가받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국제공조에 나서야 한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북한 억류 미국 대학생#도널드 트럼프#인질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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