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경환 사퇴… 조국 靑수석, 인사 검증했나 ‘코드 검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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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안 후보자는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 안 후보자는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 일로 인해 그 이후의 삶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소명으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결정적 하자가 나오면 지명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많은 흠결을 가진 장관 또는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서도 “국민 검증을 거쳤다”며 밀고나가겠다던 청와대가 안 후보자에 대해서만은 ‘지명 철회’ 운운한 것이 안 후보자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1970년대에는 남녀가 이혼할 경우 여성의 혼인 전력을 숨겨주기 위해 혼인무효 소송이 많이 활용됐다”고 해명했다. 이는 사건이 ‘전적으로 내 잘못’이라는 안 후보자의 해명과 배치됐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를 감싸기 위해 억지 해명을 했다가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인가, 국민은 헷갈린다.

안 후보자는 어제 2006년 국가인권위원장 임명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에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후보자 지명 당시에는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수석은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일 때 임용심사를 거쳐 교수로 임용됐다. 경력 조회만 해도 알 수 있는 안 후보자의 이런 과거를 몰랐다면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알고도 추천했다면 이 정도 흠결은 상관없다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자 입맛에 맞는 사람은 무사통과시켜주는 ‘코드 검증’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17개 부처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를 제외한 15명의 장관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강경화 조대엽 김상곤 안경환 4명이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사인(私印)위조 등 묵과할 수 없는 흠결을 드러냈다. 장관은 아니지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검증을 하긴 한 건지 의아할 정도다. 2005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은 이기준 서울대 교수를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각종 의혹이 불거져 이 후보자가 57시간 만에 사퇴했다. 노 대통령이 부실 검증 책임을 물어 정찬용 인사, 박정규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는 점을 문 대통령은 기억해야 한다.
#안경환#조국#코드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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