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여성 국방장관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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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첫 여성 국방장관 카르메 차콘은 37세 때인 2008년 임신 7개월에 해병 파병부대를 찾아 격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삭의 사열’은 군의 문민 통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남성 우월의식이 강한 스페인에서도 군대는 매우 배타적인데 사회당 정부가 여성을 발탁한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 달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은 국방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드물지 않다. 현재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알바니아 슬로베니아 국방장관이 여성이다. 2013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7남매를 둔 산부인과 의사를 임명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선 군사정권 뒤 들어선 혁명정부가 군 잔재 청산을 위해 아예 군과 거리가 먼 여성 장관을 기용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7일 남녀 동수로 구성된 첫 내각의 국방장관에 실비 굴라르 유럽의회 의원을 임명했다.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장관이다. 일본의 우파 정치인 이나다 도모미도 여성으로서 두 번째 방위상이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만 여성 국방장관이 탄생할지 알 수 없으나 17일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졌다.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이 첫 여성 보훈처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특전사 중대장에 헬기 조종까지 한 그는 2006년 유방암 수술을 받고 강제 퇴역된 뒤 소송을 통해 복직한 이력이 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첫 내각의 여성 비율을 30%부터 시작하겠다는 ‘여성 인재 발탁’을 약속했다.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최초의 여성 인사수석에 임명한 것도 균형 인사를 위한 발탁인 셈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들과 담소하면서 “페루, 칠레 이런 나라들이 남녀 동수 내각을 하면서 국방부 장관을 여성으로…. 놀랍죠”라며 여성 인재를 화제로 올렸다. 조 인사수석이 한마디 거들었다. 사회복지 분야에 여성을 많이 기용하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과제라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연 남녀평등 내각이 실현될지,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등장할지 주목해볼 일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여성 국방장관#스페인 여성 국방장관#카르메 차콘#여성 인재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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