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늘어나는 부동층, 기권층 되면 대한민국 못 바꿀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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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도 안 남았는데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통상 투표일이 다가오면 부동층은 줄어드는데 이번 대선은 거꾸로다.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이 21, 22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부동층은 21.3%나 됐다. 2주일 전 14.5%, 1주일 전 20.6%보다 많아졌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13%였던 부동층이 둘째 주 10%로 줄었으나 셋째 주 12%로 다시 늘었다.

보수 정당들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보수 민심이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그 뒤를 쫓는 구도가 구축되면서 보수 유권자들은 ‘투표할 사람이 없다’는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는 대략 3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문 후보의 안보관 대북관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끊임없이 출렁거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부터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으로 관심이 옮겨간 이유다. 보수 부동층이 줄어들지 혹은 기권으로 이어질지, 길 잃은 보수 표심의 향배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5당 후보의 TV토론회도 정치 불신을 키운 요소다. 후보들은 함량 미달 토론으로 전반적인 부동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비전과 정책을 내놓은 후보는 찾기 힘들었다. 너나없이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에 치중한 데다 일부 후보는 오만한 태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 사이에선 “지지 후보를 못 정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투표하러 가기 싫다”는 소리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치의 변화는 유권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여느 대선과 달리 대통령 탄핵 이후 급하게 치르는 이번 대선은 국가의 기틀을 새롭게 세우는 ‘정초(定礎)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안보·경제 복합위기를 헤쳐 나갈 리더십을 가려내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통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정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낮은 투표율은 필연적으로 민의 왜곡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대표성이 떨어지는 국가지도자를 뽑으면 대선 이후 정국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보수든 진보든 부동층이 늘어나고 유권자들의 투표 기피 심리가 커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가정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한 선거공보물이 배달됐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본 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선택하더라도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19대 대통령 선거#부동층#tv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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