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홍규덕]유해송환, 韓中 신뢰회복 계기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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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가 간 협력 증진이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은 1,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시화했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전통을 만들기 위한 문화적 교류와 경제적 접촉이 한중일 3국 간에 꾸준히 전개됐다. 특히 중국은 제국주의적 패권을 거부하고, 국제질서의 양극화로 인한 긴장 확대를 반대하고, 세계를 좀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에 긍지를 갖고 앞장서 왔다.

그러나 최근 한중 간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중국의 이미지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중국이 국제관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원칙은 내정 불간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중국이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은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내정간섭 그 자체다.

국제관계의 핵심은 수만 년을 두고 결코 변함이 없으며, 국가들은 지정학이 주는 국제 체제적 제약 요인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주의자들의 가정이다. ‘전쟁으로의 초대’를 저술한 존 스토징어는 인류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지도자들의 편견과 오해라고 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를 극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해법을 제시한다.

한국과 중국이 국가 이익에 관해 이해를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이 신뢰를 구축하는 진지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함으로써 양국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양국은 과거의 상흔을 딛고 지난 25년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왔다. 중국군 유해 발굴 및 송환 사업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우리 대통령의 제안으로 3차례에 걸쳐 매년 437구, 68구, 36구를 보냈다. 이는 양국이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20일 입관식을 하고 22일 인도식을 거쳐 28구의 중국군 유해를 송환할 계획이다.

사드로 인해 양국의 국민감정이 악화될 처지에 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유해 송환이야말로 신뢰 구축의 표본이다. 이를 통해 양국이 상호존중의 길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정성을 다해 소통하고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대전#유해송환#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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