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시욱]반기문 유엔총장의 남은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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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관심사는 북핵의 기정사실화냐 핵포기를 위한 정권교체냐
유엔, 4차례 제재결의안 채택… 극약처방 없이 핵포기 안하는 북에 시간만 벌어준 셈
반 총장, 임기 마감에 앞서 북핵문제 돌파구 마련하길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인류 역사상 핵무기는 70여 년 전 한 차례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군 B-29 폭격기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해 17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 가공할 신형 폭탄의 개발에 참여한 미국 과학자들은 마음속으로 원폭의 사용에 찬성하지 않았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1905년 상대성이론의 일부로 소량의 물질로써 다량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원리를 발명했다. 아인슈타인은 별세 5개월 전인 1954년 11월 이렇게 후회했다. “나는 평생에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 그것은 내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원폭 제조를 건의하는 편지에 서명한 일이다. 나는 당시 독일이 원폭을 만들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원래 미국이 원자탄 개발에 나선 것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2차대전 당시 적국인 독일이 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이에 뒤지지 않으려고 루스벨트 행정부가 제조에 착수한 것이다. 미국은 원자탄 실험이 성공하기 전에 독일이 손을 들었기 때문에 태평양지역에서 결사적으로 항전하던 일본에 투하해 항복을 받았다. 미국이 핵보유국이 되자 소련이 뒤따르고 동서냉전 과정에서 다른 강대국들도 너도나도 서둘러 핵을 갖게 되었다. 현재 강대국들은 이 죽음의 무기를 말로는 폐기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상호불신 탓에 감축조차 제대로 안 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유엔은 핵무기를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에 위협이 되는 죽음의 무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죽음의 무기를 하필이면 북한의 3대 세습 공산 변형왕조인 북한 정권이 개발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민족사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김정은은 동족을 향해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기막힌 사태에 이르렀다. 자칫하면 히로시마 원폭보다 엄청나게 파괴력이 큰 핵무기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한반도에서 사용될 판이다.

바야흐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핵의 기정사실화냐,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천명한 대로 김정은의 궤도 수정이 없는 경우 북한의 폭정 종식과 핵 포기를 위한 정권교체냐로 모아지고 있다. 이제 북한의 핵개발은 완성 단계에 왔고, 지난 10년간 계속된 유엔의 핵확산 방지 노력 역시 막바지 국면에 들어섰다. 현재 시행 중인 제2270호 제재 결의가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 조치가 실패하는 경우 상황은 비관적이다. 만약 안보리가 다시 원유수출 전면금지 조치나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유엔헌장 제42조에 의한 군사적 제재 조치 같은 극약처방을 하지 않는 한 김정은은 손을 들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든 북핵 폐기에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완전한 붕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 간, 그리고 한중 간 고차원의 전략적 대화가 긴요하다. 한중 관계가 심화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맞다면 한국은 북한 정권의 변화 문제를 중국 측과 협의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고조되는 한반도의 현 상황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중국 측에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HAD·사드) 체계는 북핵이 해결되면 불필요하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부터 올 3월까지 4차례의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오히려 북한에 시간만 벌게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그 이듬해 취임 이후 줄곧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근의 노력은 7월 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과의 대화 주창자인 반 총장은 작년에 북한에 입국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반 총장의 임기는 금년 말까지여서 앞으로 약 5개월 후에 퇴임한다. 그는 작년 12월 파리 기후총회에서 기념비적 업적을 이루었으나 북핵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반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의 노력으로 북핵 문제에 돌파구를 열어 1969년 유엔 핵확산금지조약 체결 이후 최초의 성공사례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기길 바란다. 동시에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그리고 나날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조국에도 보답함으로써 유엔총장직의 대미를 장식하기를 기대한다.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핵무기#히로시마#유엔#반기문#북한 핵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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