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영일]대통령 한마디에… 골프장 달려가는 경제부처 장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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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일·경제부
손영일·경제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이번 주말에 공개 골프회동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국장 및 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와 관련해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마자 유 부총리가 반응한 것이다.

이번 골프회동은 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가 27일 기재부에 요청해 성사됐다. 내수 진작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민관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구체적인 골프 시간과 참석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골프를 못 치는 장관이 대상자에 포함돼 해당자가 난감해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경제사령탑인 유 부총리가 누구랑 처음 골프를 치느냐는 그 자체로 큰 상징성을 갖는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조선 해운 등 주력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수만 명의 대량 실업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28일 상반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조선 관련 계열사 임원의 25%가량을 줄였다. 그런 점에서 첫 골프회동의 상대가 굳이 경제단체장들이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이번처럼 민첩하게 반응하는 일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핵심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표류 중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국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없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 발굴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후속 조치는 감감 무소식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늑장을 부리다가 나중에 큰 비용을 지불하는 일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정부가 이번 골프회동에서 보인 민첩성을 다른 정책에서도 보고 싶다.

세종=손영일 경제부 scud2007@donga.com
#대통령#골프장#경제부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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