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늬만 개혁’ 공무원연금 합의안, 국민은 용납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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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단체가 포함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어제 공무원연금의 새로운 기여율과 지급률 기준에 합의했다. 연금 보험료인 기여율은 현행 7%에서 9%로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 수령액을 정하는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7%로 20년간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지도부는 이 방안을 사실상 수용했고, 새정치연합이 주장한 공적연금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한마디로 개혁의 시늉만 낸 방안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주지 않으려면 기여율은 10%, 지급률은 1.65%가 되어야 한다. 정부가 양보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방안도 기여율 9.5%, 지급률 1.7%였다. 합의안은 적자를 줄이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더구나 기여율의 단계적 인상과 지급률의 단계적 인하 기간도 당초 구상보다 길어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온 새누리당이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요구에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목적은 국가 재정의 막중한 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안대로 하면 재정 절감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을 분리하고, 특혜의 성격을 띤 공무원연금을 장차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구조 개혁은 아예 빠졌다. 합의안만으로는 미래 세대가 엄청난 고통을 떠안게 될 것이다. 절감되는 재정을 공적연금 강화에 투입한다면 실질적인 절감 효과는 사라져 버린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어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일반 국민의 공적연금도 적정 노후소득을 위해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것은 공무원들에게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아직 민심이 어떤지 모르고, 국민들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도 않다. 국민들은 재정 파탄을 막아내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하고 있다.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눈에는 이런 국민은 안 보이고, 오로지 공무원단체들만 보이는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활동 시한이 끝나는 오늘 여야 대표가 만나 공적연금 강화의 구체적 방안을 놓고 담판을 짓는다고 한다. 이런 식의 ‘무늬만 개혁’ 방안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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