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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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집도 컴퓨터도 빌려쓰는 공유소비가 세계적 트렌드
기존 자원 효율적 사용으로 경제성장 촉진시키고 소비자 만족감도 높여줘
기술과 도시화 앞선 한국… 공유소비 최적의 조건 갖춰

손성원 객원논설위원·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손성원 객원논설위원·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수백 년간 생산성은 경제성장을 이해하는 핵심이었다. ‘한 해 얼마나 많은 차와 컴퓨터를 생산했나’ 하는 식이다. 신(新)경제에선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측정해야 할 것은 ‘만족’이지 얼마나 많이 생산했느냐가 아니라는 얘기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엔 리바이스사가 특정 스타일과 컬러로 진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내놓았다. 잠재고객이 와보고 좋으면 사고, 반응이 나쁘면 안 팔렸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진을 창조할 수 있다. 한 청바지업체는 자기네들이 내놓은 스타일과 컬러와 사이즈를 이리저리 조합하면 6500가지가 넘는 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자기만의 옷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이 입을 바지를 직접 만드니까 더 잘 사고 더 만족하는 건 당연하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맥주는 광고를 인터넷으로 공모한다. 멕시코 판매를 앞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맥주 광고 콘테스트를 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만든 광고 덕분에 멕시코에서 하이네켄 맥주 판매가 크게 늘었다.

두 기업의 사례에서 핵심은 생산이 아니라 만족이다. 판매는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도 ‘공유소비’다. 모토는 ‘소유하지 마라, 공유하라’다.

우버는 미국 자동차의 92%가 놀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냥 세워둔 자동차를 다른 사람이 타면 안 될 이유가 있나.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이상하다. 에어비앤비도 노는 자원을 공유 소비하는 또 다른 사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이 몇몇이 자기 집에 여행자들을 재우는 가외 돈벌이를 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여분의 침대까진 없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에어매트리스를 권했고, 이 덕분에 이 신개념 비즈니스 이름이 에어비앤비가 됐다.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 방도 빌릴 수 있다. 반려견을 합리적 가격에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때 웹사이트 ‘도그 스테이(Dog Stay)’는 개를 맡길 수 있는 다른 애견가를 찾아준다.

대부분의 사람은 컴퓨터에 안 쓰는 하드디스크 저장 공간을 방치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는 대신 그 공간을 공유할 수 없을까? 안 쓰는 공간은 거의 언제나 낭비다. 다른 사람이 돈 내고 쓰면 안 되나?

웹사이트 메이드세이프는 여기서 발명됐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세이프코인을 만들었더니 인터넷으로 기업공개를 한 지 5시간 만에 6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세이프코인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를 사는 데 쓴다. 나중에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빌리는 데 쓸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 이 가상화폐를 언젠가 옷이나 아파트를 빌리는 데 쓰게 될지.

공유소비의 핵심 추진력은 기술과 도시화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도 뭔가를 빌려 쓰는 건 가능했지만 그 과정은 비싸고 느리고 번거로웠다. 소셜네트워크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상거래의 핵심 요인인 신뢰를 구축해준다.

도시화는 공유소비를 폭발적으로 늘린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도시에 사는 세계 인구가 50% 가까이 된다. 앞으로 20년 안에 60%가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살면서 일하게 될 것이다. 거대 도시에선 농촌에 사는 것보다 모든 자원이 귀하고 비싸다. “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가 훨씬 경제적으로 이치에 맞는다. 한국은 기술과 도시화에 상당히 앞서 있어 공유소비에 적합한 나라로 꼽힌다.

2008∼2009년의 경기침체는 공유소비를 더 인기 끌게 한 또 다른 촉매제였다.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직장과 집과 중산층의 삶을 잃었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다. 물질주의와 과소비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인터넷에 능숙한 젊은이들이 “소유하지 말고 공유하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끌려들 수밖에 없다.

공유소비는 우리가 이미 가진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미 생산한 물건의 사용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다. 즉, 공유소비는 더 생산함으로써가 아니라 이미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는 윈윈(win-win) 공식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공유소비가 우리의 만족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손성원 객원논설위원·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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