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女超 시대… 세금만 쏟아붓는 저출산 정책부터 손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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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성인구가 2531만 명으로 남성을 추월할 것이라고 통계청이 밝혔다. 아기들은 줄고 할머니들은 늘어나면서 1960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 나타나는 여초(女超) 현상이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빨라 2016년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2017년부터는 감소한다. 2017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유소년인구를 처음 추월한다.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복지 지출은 늘어 국가 경제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2009년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저출산이 북핵보다 더 무섭다”고까지 했다.

한국은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작년까지 8년간 10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썼다. 그러나 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7명으로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작년 출생아 수는 43만6500명으로 2006년보다 되레 줄었다. 이렇게 돈을 퍼붓고도 출산율이 떨어졌으면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올해 14조9000억 원의 저출산 예산 가운데 71.9%인 10조4000억 원을 무상보육에 배정하는 식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엄마의 취업 여부에 따라 보육지원을 차등화한 2012년 보건복지부 보육체계 개편방안이 정치바람을 타고 보편적 무상복지로 변질된 것부터 잘못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어린이집 간 경쟁이나 인센티브 없이 정부가 아이 수대로 예산을 나눠주는 것은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저출산 대책 10년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보육지원 일변도의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회원국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 취업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 작년 총선을 앞두고 신설된 전업주부 월 100유로 육아수당이 최악의 저출산 대책으로 꼽히는 것은 ‘취업 여성은 직장을 관두고 집에서 아이나 기르라’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취업률도, 출산율도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인력이 차별 없이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고, 일·가정 양립제도가 갖춰져 취업 여성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어야 출산율이 움직인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효과 없이 세금만 쏟아 붓는 저출산 대책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여초#세금#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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