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솔로 탈출”… 뜨거운 연말 FA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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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와 동덕여대 총학생회의 미팅 이벤트를 알리는 SNS 홍보물. 건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건국대와 동덕여대 총학생회의 미팅 이벤트를 알리는 SNS 홍보물. 건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대형 계약(?)이 이뤄지는 연말 FA(Free Agent·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열렸습니다. 수십억 원의 큰돈이 오가는 프로야구 선수 이적 시장을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젊은 솔로들에겐 이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시장이 없습니다. 자의든 혹은 타의든.

자유롭게 홀로 지내던 솔로들은 이 시즌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주변 친구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에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대목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소개팅, 미팅 상대를 구해야 할 테니까요. 구인광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내려보는데 한 여성이 올린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네트워크 FA 시장’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동생의 소개팅 상대를 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야 더이상 소개팅을 해달라는 카톡(메시지)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살려 달라”며 투정을 섞었지만 그는 소개팅 주선자로서의 역할을 꽤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나이, 키, 직업 같은 기본 신상을 빼곡히 담은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을 봐온 사람으로서 봤을 때 가급적이면 연애경험 많은 연상이 어울릴 것 같다”는 깨알 팁도 한 줄 추가했습니다. 아는 동생의 사진을 올리고 계정을 태그하는 일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울고 갈 정도의 선수 소개 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 남성이 “셀프 추천 가능한가요?”라는 댓글을 달며 도전의 뜻을 밝혔습니다. “주변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도 달렸습니다. 사진이 공개된 주인공이 댓글을 달며 수면으로 나타나자 남성 5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화답했습니다.

이걸로 끝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제 소개팅은 언젠가요?”라며 또 다른 소개팅을 부탁하는 민원도 이어졌습니다. 한 뼘 남짓한 스마트폰 화면에 담긴 SNS 공간은 순식간에 소개팅을 하는 레스토랑, 카페로 변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건국대와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실시한 미팅 이벤트도 SNS상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100:100 미팅’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벤트는 같은 성별의 4명으로 구성된 1팀이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 전공 등을 적어 보내면 주최 측이 어울릴 것 같은 이성 팀을 연결해 카카오톡으로 미팅 장소에 대한 힌트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행사는 원래 건국대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남성이 몰리면서 전체 지원자의 90%에까지 이르자 난항을 겪었지요. 이 소식을 들은 동덕여대가 동참하면서 숨통을 틔웠습니다. 성비가 맞게 됐다는 소식이 퍼져 지원자도 늘어났습니다. 애초 남성 100명, 여성 100명으로 계획했던 참가 인원을 각각 220명으로 늘려야 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이성 팀을 만나 인증샷을 찍으면 선착순 2개 팀에 한해 5만 원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 전해지자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SNS가 있기에 가능한 즐거움들입니다.

대화명을 단서로 상대방의 모습을 상상하던 PC통신 시대의 만남은 어느새 간단한 터치 몇 번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만남으로 변했습니다. 혹자는 과거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지금의 만남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올해에는 솔로대첩을 뛰어넘는 또 어떤 이벤트가 SNS에 등장할지 벌써부터 사뭇 기대가 됩니다.

FA가 자신이 원하는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고대하던 자유계약의 기회를 좋은 때를 놓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선수도 적지 않습니다. 연말이라는 좋은 때를 만난 주변의 많은 FA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봅니다. 아, 그전에 문득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네요. “네 코가 석 자”라고.

강홍구 사회부 기자 windup@donga.com
#연말#솔로#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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