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두영]과학강의실에서 열리는 비정상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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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발랄한 끼와 재능이 넘치는 가나 대표, 스타크래프트와 한우에 탐닉하는 캐나다 대표, 속담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예의 바른 터키 대표, 표정이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벨기에 대표, 웃음이 해맑은 축구선수를 꿈꿨던 이탈리아 대표, 신념이 강하면서도 훈훈한 ‘대륙 남자’ 중국 대표, 6개 언어를 구사하는 ‘똘똘이 스머프’ 미국 대표, 근육질 몸에 천사의 얼굴을 가진 프랑스 대표, 농구를 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섬섬옥수를 뽐내는 일본 대표, 온몸에 새긴 문신이 예쁜 ‘악동’ 호주 대표, 피아노를 즐기는 합기도 유단자인 독일 대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등장하는 각국의 대표다. 이들과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공부도 잘될 것 같다. 직업을 보자. 프로게이머, 웹진 편집장, 마케팅 담당자, 자동차 판매인, 패션모델, 가수, 비보이 댄서, 영화배우, 아나운서, 컨설턴트, 대학생. 국적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다. 이런 조합으로는 토론은커녕 토론장에 모으기조차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비정상회담은 다양성과 솔직함에서 우러나는 유쾌하고 유익한 토론을 즐기게 해준다.

과학이나 수학은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기 쉬운 학문이다.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다. 갈릴레이가 말한 대로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은 수학의 언어로 씌어 있다’. 수학은 보편적인 개념을 가진 인류의 공통 언어다. 한국 학생들이 과학이나 수학에서 성적이 좋은 것은 학습역량이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언어의 장벽을 적게 느끼기 때문이다.

국내 이공계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 유치가 활발한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KAIST, 포스텍처럼 이공계가 강한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과학기술 출연기관의 연구기능에 교육기능을 결합한 국가연구소대학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는 외국인 학생의 비중이 매우 높다. 박사 과정 350명 가운데 절반 이상(180명)이 외국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등 모두 28개국 출신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외국인 학생이 많다고 비정상회담처럼 즐거운 수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같은 언어(한국어)로 말이 통해야 하고, 교수(진행자)의 프로그램과 리더십이 중요하며, 학생들(출연진)이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수업의 목표도 중요하다. 구성원이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비정상회담은 세계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국 청년들이 모여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 발랄한 젊은 시선을 나누는 게 목표다.

국공립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생을 공동으로 모집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학생 유치활동을 따로 벌여 예산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외교에서도 외국인 학생 유치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협력의정서를 교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 교류로 이어져야 한다. 외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을 먼저 고려할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도 확대하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전파할 수 있도록 산업이나 문화 시찰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비정상회담 출연진은 각국의 정상(頂上)이 아니다. 그래서 비정상(非頂上)이다. 한국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정상(正常)이 아니다. 그래서 비정상(非正常)이다. 그래도 각국의 대표로 인정받는다. 제각기 조국의 문화를 알린다는 자긍심을 갖고 서로 배려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에 모여 비정상회담처럼 유쾌하고 유익한 수업을 즐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
#비정상회담#과학#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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