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인호]의회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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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변호사
최인호 변호사
국민은 선거제와 정당제를 통해 힘을 행사함으로써 정치가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각종 공직선거에서 투표권의 행사로 정치가 순리를 따르게 하는 것이 선거제도이고, 선거철이 아닌 평상시에도 정치가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이 정당제도다.

세월호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사회를 통합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어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가 순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순리에서 벗어난 정치를 다시 정상궤도로 되돌릴 힘이 없다. 이미 그 힘의 상당부분을 정당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정당에 막강한 힘을 제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각종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추천하는 입후보자에게 소속 정당 국회 의석수에 따라 앞 번호를 부여하고 있으며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정당에 지급하고 있다. 또 정당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권을 정당만이 가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들은 지역, 이념, 세대갈등을 조장하며 자금력과 무책임성 그리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권까지 행사하면서 선거제와 의회제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정당민주주의가 아니라 정당만능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정당의 힘이 국민을 능가하면서 정당이 하늘이 되고, 국민은 땅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당이 추천하는 입후보자에게 앞 번호의 기호를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고 정당이 잘못된 후보를 공천하고 그것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경우에도 정당의 책임을 묻지 않는 모든 것이 정당에 너무 특권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례대표 공천권을 정당에 부여하는 것도 너무 과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당에 주어진 몇몇 독소적인 특권으로 인해 더이상 정당은 국민을 하늘로 여기지 않으면서 여당은 완고한 독불장군으로, 야당은 고집 센 떼쟁이로, 정치인들은 작은 이익에만 골몰하는 소인배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을 극복하고 순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빼앗긴 국민의 힘을 되찾아야만 한다.

정당추천 입후보자에게 앞 번호의 기호를 부여하는 선거제도를 철폐하고,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중 60% 이상을 삭감하고 그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을 강구할 때이다. 정당이 공천한 공직후보자가 자격을 상실하거나 수뢰죄 등으로 인해 처벌받을 경우 정당의 책임을 묻는 제도를 확립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수를 대폭 감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의 정당들은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으며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정당을 위해 더이상의 특권을 이제 국민들이 인정하지 말아야 할 때라고 본다.

최인호 변호사
#선거제#정당제#의회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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