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년 만의 결실’이라던 제주 산얼병원의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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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투자개방형 외국 병원으로 추진하던 제주 산얼병원의 설립이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외교부 공관의 현지 조사와 제주도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보완계획을 종합 검토한 결과 산얼병원 건립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의 12년 만의 첫 결실”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말이다.

산얼병원의 좌초는 예견된 일이었다. 산얼병원의 모기업인 중국의 차이나스템셀(CSC)은 지난해 2월 서귀포에 500억 원을 들여 48병상의 병원을 짓겠다며 제주도에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 회사 대표는 지난해 7월 구속됐고 산하 회사 두 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는 기초적인 실태 파악과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승인을 추진했다. 복지부가 이미 지난해 10월 모기업 대표의 비위 행위 등을 현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게 됐으나 제주도는 복지부에 “확인 결과 문제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대통령 앞에서 과대 포장해 선전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첫 성과물을 내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를 밀어붙이자 복지부가 허겁지겁 ‘첫 외국계 병원의 유치’를 들고 나온 셈이다. 두 기관 모두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으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설립 근거는 마련됐으나 유치 실적은 전무하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 선진화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지, 건전한 투자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외국 병원을 국내에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육성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정부는 성과에 대한 조급증으로 무리수를 두기보다 건실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이번 사례가 일각에서 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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