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억]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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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지난달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하였다. 서울시가 2007년에 기획하고, 설계경기를 통해 건축가가 선정돼 공사기간 5년에 당초 예산 900억 원에서 최종적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한 4800억 원이 소요된 대형 프로젝트다.

개관하기 전날,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기업인이 트위터에 해당 건축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렇게 비싸고 거대한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성의도 없고, 책임감도 미비하다는 내용이었다.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싼 건축물이므로 논란이 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모든 비난을 해당 건축가에게만 묻는 것은 곤란한 노릇이다. 랜드마크로 성공하느냐는 앞으로 운영하기 나름이고, 다음의 사항을 충족하면 가능해질 수 있다.

첫째, 지속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 특이한 디자인 때문에 처음에는 사람이 찾아오지만 콘텐츠가 없으면 관심은 금방 사라진다. 방송 스튜디오를 닮은 형상을 활용하자. 신인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디자이너-K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선발된 디자이너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여 24시간 작업상황을 보여주면 어떨까? 건물의 기능이 명확하고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1거3득이므로 너무 고상하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둘째, 실질적인 디자인의 메카가 되어야 한다. 개관 이벤트가 사립미술관에서 빌려온 고미술 위주로 전시되고, 방문객들은 셀카 촬영에만 열중하였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전시와 이벤트 위주가 되면 컨벤션 시설에 가깝다. 또 다른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일 뿐이다. 디자인의 메카가 되려면 디자인 관련 자격증 시험부터 신제품의 체험까지 모든 업무가 이곳으로 모아져야 한다. 시민들의 휴가기간인 여름에 디자인축제를 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하는 통 큰 기획을 해 모든 시민이 사랑하는 디자인 메카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인들이나 쇼핑객의 휴식공간이나 놀이공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셋째, 글로벌한 장소로 발전해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관광 상품의 일부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주변보다 너무 압도적인 자세로 관망하는 쇼케이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을 최대한 상쇄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자유분방함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태원이나 홍대 앞의 번창함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자유롭게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 장소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엉성한 공간기획과 정치적 이용은 반성하되, 이미 지어진 건물은 사후 운영관리 및 기획을 잘해서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365일 24시간 작동하는 시설을 입주시켜 건물이 살아있게 하거나 강북 도심공항 터미널, 또는 로봇이 서브하는 창의적인 카페 유치는 어떨까? 건물이 디자인에 압도되지 않고 가까이서 함께 어울리는 유기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억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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