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 결국 돈선거와 여론조작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임동규 새누리당 서울 강동구청장 예비후보를 위해 돈을 뿌리며 선거운동을 한 이모 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돈을 받은 계좌가 발견됐고,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 설득을 위해 일당을 주고 동원하는 ‘OS(아웃소싱) 요원’ 조직을 피라미드식으로 운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어제 임 전 의원의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후보자를 선정함으로써 여야 통틀어 이번 선거 들어 첫 번째 ‘공천 철회’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그나마 일당 배분에 불만을 품은 내부 고발자가 없었다면 묻혀버렸을지 모를 일이다.

새누리당은 2월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을 접는 대신 공천을 둘러싼 폐해를 청산하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도 경선 단계부터 온갖 폐해가 끼어들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선거운동원들은 당내 경선을 위해 누군가로부터 선거인단 명부와 전화번호를 전달받고 전화로 지지를 호소했다. 호별 방문조, 경선당일 동원조도 있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의 예비후보 자격심사 기간인 3월 16일∼4월 14일 한 달 동안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엔 200여 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하향공천 때보다 갑절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경북지역에서는 자동응답(ARS) 방식의 경선 여론조사 응답률이 전국 평균(5%)의 3배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했다. 무더기로 개설한 전화를 휴대전화로 연결해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된다.

포항에서는 신규 개설한 146개의 유선전화를 선거사무소와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자신을 지지 후보로 응답하게 한 시장 후보자를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했다. 경주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여론조사 기간 특정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의혹에 수사를 요청했다. 여당에서 지방선거를 부정으로 얼룩지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은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소위 개혁 공천을 내세워 줄 세우기와 계파싸움 구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남을 손가락질할 처지가 못 된다. 상향식 공천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부정 비리와 관련된 후보자 모두를 배제해야 한다. 선관위와 수사당국은 상향식 공천을 위한 경선 취지를 흐리는 불법 부정을 끝까지 추적해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기초선거#공천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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