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 ‘집유’…法 “알코올 중독 경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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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1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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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뉴스1 DB.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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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흉기로 남편을 찔러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상해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A씨(49·여)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울산 중구 자신의 집에서 귀가 문제로 남편 B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배 부위를 흉기로 1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술에 취한 B씨는 동생 집에 있다 늦게 집에 온 A씨에게 “너도, 동생도 다 죽이겠다”며 흉기로 위협하자 A씨는 “죽으려면 가족들 괴롭히지 말고 혼자 죽으라”고 맞대응했다.

B씨는 “알았다. 내가 죽겠다”며 흉기를 A씨에게 건넨 뒤 A씨에게 달려들었고 A씨는 이를 피하다 흉기로 B씨의 복부를 찔렀다.

B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3시간 뒤 과다출혈로 숨졌다.

지난 1992년 결혼한 이들 부부는 신혼부터 B씨의 심한 주사로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 멀쩡하던 B씨는 술만 마시면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폭언과 함께 물건을 던지고 부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했다.

술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던 B씨는 2006년부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지만 쉽게 치료되지 않았으며, 그동안 가정의 생계유지는 모두 A씨의 몫이었다.

결국 B씨의 오랜 가정폭력은 부인과 두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가족 모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건 초기 살인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하던 검찰도 결국 A씨의 살인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뒤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특히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도 ‘아들이 평소 술을 자주 마신 뒤 가족을 힘들게 했지만, 며느리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참아냈고, 시댁 식구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두 자녀에게도 엄마가 꼭 필요하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가족의 간절한 희망에도 피해자의 주취폭력을 멈추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세졌다”며 “피해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피고인이 구금 기간 내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석방하는 결정은 결코 피해자의 생명을 가볍게 보거나 사건의 주된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음을 들춰내기 보다는 피해자를 비참한 죽음에 이르게 한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평범한 가정조차 개인의 음주 문제로 비극적 결과에 이른 데 대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돌아볼 필요성에 있다”고 판시했다.

 (울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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