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병을 달고 다닌 현종…그의 막힌 코를 뚫은 가장 좋은 약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1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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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대 왕인 현종(1641~1674)은 평생 병을 달고 다닌 약골이었다. 아버지 효종은 죽기 직전까지도 학질로 고생하는 세자의 병문안을 갔다. 현종은 즉위 때(1659)에도 와병 중이었다. 재위기간(1659~1674) 15년 간 승정원일기와 실록에 나온 병증 기록만 3033개. 감기(201개) 인후(96개) 발열(245개) 기침(150개) 등 감기증후군에 해당하는 병증이 가장 많다.

감기의 옛 명칭은 고뿔이었다. 지금 말로 바꾸면 ‘코(고)에 불(뿔)이 난다’는 의미로 의학적으론 비염증상을 가리킨다. 동서양은 공히 감기의 원흉을 추위에서 찾는다. 감기가 영어로 ‘cold’, 한의학적으로는 ‘상한(傷寒·추위에 몸을 상하다)’으로 불린다. 현종은 세자시절 자주 코감기에 걸렸다. 효종 9년 실록에는 ‘세자의 맑은 콧물과 코가 답답한 증상이 신이화(辛夷花·목련꽃봉오리)를 원료로 한 신이산(辛夷散)을 복용한 후 호전됐다’는 기록이 있다.

한의학은 약초 고유의 살아남으려는 힘, 즉 생기(生氣)를 활용해 병을 치료한다. 목련의 꽃눈은 꽃이 지는 여름부터 다음해 봄까지 날마다 자라지만 꽃봉오리는 반드시 사계절이 지난 이른 봄이 되어서야 터져 나온다. 목련은 겨울을 막 벗어난 시점, 웬만한 나무는 잎조차 틔우지 못한 추위 속에서 화사한 꽃망울을 홀로 터뜨린다.

예로부터 막힌 코를 뚫는 가장 좋은 약재로 오랫동안 열리려는 힘을 응축하고 막 열리려는 목련꽃봉오리만 사용한 것도 약초 고유의 생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외부 온도에 상관없이 들이마시는 공기를 0.25초 만에 36.5도로 조절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물을 데우는 보일러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코막힘은 코의 이런 온도조절기능이 약해지면 생기는 증상이다. 막힌 코를 뚫는 좋은 방법은 우리 몸에 ‘맵고 따뜻한 기운을 사계절동안 응축한’, 목련꽃봉오리가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 목련꽃봉오리의 한약명인 신이화에는 매울 신(辛)자가 들어가 있다. 그만큼 목련꽃봉오리 신이화는 비염이나 축농증 치료에 좋은 효험을 보인다.

현대의학에서도 비염이나 축농증의 치료목적은 환기와 배설이다. 환기는 코가 잘 뚫려 외부와 공기가 자유자재로 소통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배설은 코 안에 있는 콧물을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신이화 15-20g을 물 1L에 넣어 끓여서 차처럼 음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비염이 만성화되면 콧물이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생긴다. 목에 가래가 걸려 자주 캑캑거리고, 기침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기관기염이 생길수도 있다. 콧물이 넘어가는 길에 이관(耳管)이 있어 귀가 먹먹해지고 자기 목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도 괴롭지만 옆에 있는 사람까지 캑캑하는 소리로 힘들게 만드는 증상이다. 후비루는 현종과 현종의 아버지 효종, 할아버지 인조까지 3대를 괴롭힌 질병으로 조담(燥痰)으로 명명하였다, 어의들은 이들 임금들에게 침 치료와 함께 뽕나무 껍질인 상백피를 처방해 가래를 제거하고 증상을 다스렸다. 상백피 껍질 20그램을 꿀과 함께 살짝 볶은 후 물 1L에 달여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세미나 유근피(느릅나무 껍질)도 후비루 치료에 도움이 되는데, 이들 약재는 코 내부를 촉촉하게 하고 기도의 섬모운동을 강화해 이물질을 배설하는 기능을 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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