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고려인 요양원서 울먹…“나라 잃은 설움”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9일 23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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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백, 각별한 관심…도로포장·화단 조성·40인승 버스 선물
고려인 1세대 할머니 "배 곯을 때 우즈백人 애기 젖 먹여줘"
김정숙 여사 "나라 잃은 설움에 우즈벡이 도와" 여러번 울먹
김정숙 "남북 문제 평화롭게 잘 푸는 안 아픈 한국 만들 것"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을 국빈 방문 중인 부인 김정숙 여사는 19일 타슈켄트 외곽에 위치한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했다. 미르지요예바 여사도 이번 일정에 동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2시40분(현지시간) 아리랑 요양원에 방문해 고려인 1세대와 대화를 나눴다.

아리랑 요양원은 양국의 합의로 고려인 1세대 독거 어르신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006년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우즈벡 측이 건물을 무상증여하고 재외동포재단이 개보수를 지원해 2010년 3월 개원했다.

우즈벡 내에 18만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1920년대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후 가장 많은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번 방문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경을 딛고 성장해 우즈벡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보내고자 마련됐다.
우즈벡 측은 이번 일정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방문 일정이 결정된 후, 우즈벡 측에서는 고려인 요양원까지 도로를 새로 포장하고, 화단을 조성하며, 각종 가구 선물 및 40인승 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버스 열쇠를 요양원에 증정했다.

김 여사를 만난 조 조야(85) 할머니는 “배 곯으면서 여기 와서 젖이 안 나는데 우즈벡 여자들이 애기한테 젖을 먹여 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았다”며 “우즈벡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안다. 한밤 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고려인 1세대 어르신에게 경의를 표한 뒤 “(고려인들은) 뿌리는 한국인이지만 우즈벡 국민이기도 하다. 여기올 때 마음이 복잡했다”고 말했다.

이어 “얘기하신 대로 나라 잃은 설움에서, 애가 배고플 때 젖도 없었는데 우즈벡 엄마들이 애 젖도 대신 먹여주면서 같이 음식도 나눠먹고 이러면서 함께 도움을 주셨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또 “고생들을 너무 많이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주민의 아픔에 공감했다.

3살부터 우즈벡에 살았던 허 이오시프(85) 할아버지는 “역사적으로 한국이 고향이지만 실질적으론 우즈벡이 고향”이라며 “우즈벡 정부가 아니었으면 살 수가 없었다. 빵 한 조각도 나눠 먹을 수 있었다. 우즈벡 정부에 감사하고, 나이 들어 좋은 요양원에 살 수 있는 것도 역사적 고향인 한국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고마움을 표했다.

할머니들은 고려인 집단농장에서 근무하며 불렀던 노동요를 부르며 과거 힘들었던 당시를 돌이켰다. 또 할머니들은 “조선 딱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며 한국을 그리워했다.

김 여사와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병환 중인 한 할머니를 방으로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또, 치료를 받기도 하고 휴식하는 고려인 어르신들을도 만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이주했을 때 어려움, 배고픔이 얼마나 컸을까”라며 “우리나라가 더 커져서 이제는 함께 커나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 동포 덕분에 우즈벡에서도 존경받는 고려인이 되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한민국, 더 나은 대한민국, 이제는 국민에게 아픔이 없는 대한민국, 남북 문제도 평화롭게 잘 풀어가서 이제는 국민들이 안 아픈 나라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건하게 했다”고 다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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