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작년에 식량·석유비축 명령…통치자금, 4분의1로 줄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9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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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8~12개월 비축분 있어"
"외화 부족으로 고관들의 소비 줄어"
"북의 남에 대한 불신 강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올해 말까지 미국의 자세가 변화하기를 기다릴 것을 시사한 것과 관련 고영환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미 대선에 집중하게 되면 북한을 다룰 여유가 없어질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 부원장은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편집위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비해 식량과 석유 비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8∼12개월 분의 비축분이 있어 제재를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북한의 석유와 식량 가격에 큰 변화는 없다고 덧붙였다.

고 부원장은 북한이 제재를 피해 석유 등을 비축하기 위해 불법 환적을 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많은 외화를 소비했다고 말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복잡한 움직임을 보인데다 불필요한 수고로 가격이 일반 시장 가격의 1.5∼2배 이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때문에 외화 부족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져 절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외화 소비가 대거 이뤄져온 평양의 낙원 백화점이나 대성 백화점을 찾는 당 간부들의 발걸음이 사라졌다고 그는 밝혔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평양의 대동강 수산물식당에서 한 번에 100달러(약 11만4000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관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간단한 식사로 10∼20달러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백화원초대소 개수 공사를 둘러싸고 관할 간부의 거액 외화 은닉이 드러나 숙청되는 등 외화 부정축재에 대한 규탄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고 부원장은 덧붙였다.

이때문에 북한은 시민들의 외환 거래를 국가보위성에 보고하는 등 규제하고 있으며 평소보다 외환 구입이 늘어나면 처벌받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총서기로부터 약 40억 달러(4조5480억원)의 통치자금을 물려받았는데 체제 정비와 대북 제재에 따른 영향 회피 등에 많은 외화를 써 지금은 10억 달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고영환 부원장은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철수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부원장은 한편 문재인 정부의 중재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미국산 무기를 대거 구입하는 등으로 인해 남한에 대한 불신이 강해 남북 실무협의는 가능하겠지만 정상회담 실현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이 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에 대해 러시아가 중국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북일 관계에 대해 고 부원장은 북한이 지난 1990년대엔 100억 달러(11조4000억원)를 식민지배 배상금으로 요구했었는데 지금은 200억 달러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고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일 관계 역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 부원장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교관을 지내다가 1991년 탈북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프랑스어 통역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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