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文 이어준 박정규 “둘이 안 만났다면…盧 갑부 되고·文 김앤장 갔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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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4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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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전 수석. 사진=동아일보 DB
박정규 전 수석. 사진=동아일보 DB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2004.02~2005.01)을 역임한 박정규 씨가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1982년 부산에서 처음 만나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은 김앤장 변호사, 노 전 대통령은 갑부가 됐을 거라고 주장했다.

23일 월간중앙에 따르면 1948년생인 박 전 수석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1년 재수를 해 1969년 고려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1970년 초 절에서 공부하다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박 전 수석은 처음 노 전 대통령이 고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깔봤다고 한다. 하지만 대화를 하고 나서 달라졌다고. 그는 "대화를 해보면 기가 막혔다. 아는 것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알았다. 아는 것은 5개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입에서 나오는 것은 10개 이상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보고를 하면, 그 뒤에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먼저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말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우리는 노 전 대통령만 봤으니 다른 대통령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법고시 합격 후 부산에서 변호사를 개업했고, 박 전 수석은 시보(보조)로 일했다. 박 전 수석은 "그때만 해도 (변호사 노무현은) 돈에 밝았다. 부산에서 가장 돈 잘 버는 변호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은 1980년대 부르주아 변호사였던 노 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만난 이후 사회비판적인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수석은 문 대통령 당선 전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찾아가 "대통령님한테 '문모 씨'를 소개 안 했으면 빌딩 몇 채는 가지고 사셨을 텐데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문모 씨'는 문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접점은 바로 박 전 수석이었다. 박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보다 5년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가 됐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때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수석에게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로 내려오라고 권유했다. 박 전 수석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은 돈도 잘 벌었지만 모든 수입을 구성원들이 N분의 1로 동등하게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검사를 원하는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박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에이 X, 그럼 좋은 사람 하나 소개하고 가소"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에 박 전 수석은 판사에 임용될 성적에도 대학 때 시위 전력으로 탈락한 문 대통령을 소개했다.

박 전 수석이 "'노무현 선배라는 사람이 인품도 괜찮고 돈도 잘 버니까 부산에서 변호사 해라"고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더니, 문 대통령이 그냥 부산으로 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로펌 김앤장의 입사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박 전 수석은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김앤장을 마다하고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다. 훗날 김앤장에 간 건 박 전 수석이었고, 김앤장에 간 박 전 수석에게 문 대통령이 "저도 연락이 오고 그랬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박 전 수석은 "둘이서 죽이 맞더니 나중에 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웃음)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상당히 영향을 많이 줬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다정한 스킨십에 대해선 "그것이 실제 모습이다. 김 여사는 수석 모임 할 때부터 봐 왔는데 원래 씩씩하다. 문 대통령한테 원래 살갑게 한다. 금슬은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 두 분 내외 다 좋다. (집사람에게)양보하는 스타일이다. 아마 두 분 모두 (경제권을 일임해서)자기 손으로 돈 만져본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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