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사고 98% 일산화탄소 중독…경보기 설치 의무 야영장뿐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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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9명 사상…74% 이번처럼 ‘배기통 이탈’ 사고
“숙박·식당·주택 설치의무 확대…점검관리 강화해야”

#지난해 3월 경기도 성남시 한 모텔에 묵던 투숙객들이 단체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지하 1층에 설치돼있던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빠지면서 일산화탄소가 난방피트를 통해 객실까지 흘러 들어간 탓이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6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강원 강릉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던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참변의 원인이 펜션 내 가스보일러 불완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지면서 우리 주변의 또 다른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들이 묵었던 펜션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사고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만큼 경보기 설치 의무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주택이나 숙박시설에서 이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설치가 의무화된 가연성가스용 경보기만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할 수 없어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능도 있는 가스누설경보기 설치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개별 업체에 맡기고 있는 보일러 점검의 관리감독 범위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일산화탄소 경보기 의무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고 하루 만인 19일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는 “경보기만 있었어도 이렇게 황망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숙박업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청원들이 올라왔다.

◇ 겨울마다 반복되는 ‘보일러 사고’…“일산화탄소 누출경보기 설치 의무화해야”

주택이나 숙박시설에서 일산화탄소 누출로 인한 인명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만 국내 법 규정상 주택이나 숙박시설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다.

특히 난방을 시작하는 겨울철이면 가스보일러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스보일러(도시가스, LPG)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 간 총 23건 발생했으며,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강릉 펜션 사고처럼 배기통 이탈로 유해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중독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17건(74%)로 가장 많았으며, 화재 부상자 1명을 제외한 48명(98%, 사망 14명, 부상 34명)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법에서는 주택, 숙박시설, 식당 등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야영시설에 대해 연기감지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지만, 여전히 주택과 대부분 숙박시설은 설치 대상에서 빠져있다.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주거시설 등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영시설의 경우 몇번 사고가 나서 이슈가 됐으니 법제화가 된 상태지만 주택이나 숙박시설, 식당 등은 다 빠져있다”라며 “관련 법 조항에는 가스누설경보기 설치만 나와있어 대부분 가연성가스용경보기만 설치하는데, 일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불완전연소가스용경보기능도 있는 가스누설경보기를 설치하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업체에 맡겨진 보일러 점검…“관리감독 강화·점검 항목 세부화 필요성”

보일러 배관 연결문제는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펜션은 지난 7월 영업신고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보일러 점검은 누락돼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일러 점검이 개별업체들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중요하며, 점검 범위도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펜션이 지난 7월 농어촌민박업으로 영업 신고를 할 당시 강릉시는 펜션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현지 거주 및 시설기준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안전점검에서 운영자 거주 여부와, 소방시설 설치(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만 확인했을 뿐, 보일러 점검은 빠져있었다.

현행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 ‘농어촌민박사업의 서비스·안전기준’에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수시점검을 통해 경보기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가스누출 관련 점검 관련 내용은 없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도 “보일러는 가스공급자들이 점검하게 돼 있다”며 “대규모 시설이나 가스 수용저장 탱크 등만 가스안전공사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점검 의무는 개별업체들에게 있지만, 지자체와 가스안전공사 등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점검할 때 그냥 가연성가스가 새는지만 확인하지, 보일러를 틀어놓고 불완전연소가스, 쉽게말해 일산화탄소가 나오는지 여부는 점검항목에 없을 것”이라며 “이부분까지 점검 세부항목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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