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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부 갈등-부모 봉양, 유럽도 짠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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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부 갈등-부모 봉양, 유럽도 짠한가봐요”

이지운 기자 입력 2018-12-11 03:00수정 2018-12-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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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굴렘 만화축제 경쟁부문 오른 ‘두 여자 이야기’의 송아람 작가
“100대1 뚫은 것만으로도 영광… 우리 현실 얘기하고 싶었을 뿐”
프랑스어판 ‘두 여자…’를 들고 선 송아람 작가. 그는 “이 책은 내 이야기라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어안이 벙벙해요. 유럽에선 그야말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이나 마찬가지인데, 제 작품이 ‘앙굴렘’에 오르다니요!”

송아람 만화가(37)의 만화 ‘두 여자 이야기’(이숲)가 내년 1월 열리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 제46회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2018년 프랑스어로 정식 출간한 만화는 4500여 종. 그 가운데 올해는 45편만 엄선했을 정도로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큰 영예다. 한국 만화계는 2017년 ‘나쁜 친구’로 ‘새로운 발견’상을 받은 앙꼬 작가에 이어, 또 한 번 앙굴렘 수상자를 배출하길 기대하고 있다.

송 작가는 국내에선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유럽 만화계에선 겨우 3개월여 전 데뷔한 신인인지라 이번 성과가 더 놀랍다. 그는 “9월 ‘두 여자…’가 출간되기 전까지 유럽 쪽과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며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두 여자…’는 홍연과 공주, 두 동갑내기 친구의 이야기. 프리랜서 만화가인 홍연은 혼전 임신으로 예정에 없던 결혼을 하지만 ‘쿨한 유부녀’가 될 거라 장담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육아 스트레스와 고부 갈등으로 결혼 생활은 엉망이 된다. 친구 공주는 잡지사 기자를 꿈꾸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의 병 수발을 차례로 든 뒤 꿈을 포기한다. 둘은 불합리한 세상을 적당히 타협하고 참아낼 뿐 통렬한 한 방을 날리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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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보는 내내 답답했다’는 감상 평을 주시는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그려냈다는 칭찬으로 생각해요. 며느리가 제사상을 뒤엎으면 순간의 ‘사이다’는 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은 아니죠. 여성이 바보 같아서 참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제사와 고부 갈등, 노부모 봉양 등 한국적 색채가 짙은 작품임에도 어떻게 프랑스에서 주목받게 된 걸까. 송 작가는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전 세계를 관통하는 이슈이기에 유럽에서도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자평했다.

송 작가는 2015년 발표한 자전적 얘기를 담은 첫 장편만화 ‘자꾸 생각나’가 작품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됐다. ‘두 여자…’ 속 홍연과 공주 또한 작가 본인과 친구를 모델로 했다.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오렌지족의 최후’에선 조기 유학을 떠난 부잣집 10대들의 삶을 다룰 예정. 역시 작가가 10대 시절 캐나다에서 유학하며 보고 겪은 일들이 바탕이 됐단다.

“거창한 포부를 갖고 이 만화를 그린 건 아니에요. 독자분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또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볼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앙굴렘 국제만화축제#두 여자 이야기#송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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