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성남]러시아의 극동은 ‘기회의 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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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 외교부 1차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러시아의 국가문장은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다. 한쪽 머리는 유럽을, 다른 한쪽은 아시아를 주시한다는 의미에서다. 극동의 중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도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12년 극동개발부를 신설하며 극동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구는 약 600만 명에 불과하지만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본 것이다.

러시아의 극동이 이제 우리에게도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 가스, 철광석 등의 보고이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극항로로 상징되는 극동의 잠재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주도로 2015년 출범한 동방경제포럼에 올해 동북아지역 5개국의 정상급 지도자와 전 세계 59개국으로부터 약 730개 기업이 참여했다는 사실 역시 극동지역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100여 명의 기업인 및 경제전문가들이 참석했다.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에 이어 한-러 관계를 도약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함께 꽃피울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극동지역의 교통·물류 및 에너지·인프라 등을 한-러가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9개 다리 행동계획’이 사실상 타결돼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까지 달성키로 한 ‘교역액 300억 달러, 인적교류 100만 명’의 공동목표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도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 등 남-북-러 3각협력 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표시했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할트마 바툴가 몽골 대통령 등과 정상회동을 갖고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사실 러시아 극동은 우리의 근세사에서 애환의 땅으로 각인됐다. 19세기 후반 조선인 13가구가 생활고 속에 두만강을 건너 이주한 극동의 남부 연해주는 안중근 의사, 이상설 선생 등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무대였다.

민족의 슬픔과 혼이 서려 있는 극동은 이제 우리 기업 40여 개가 진출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극동지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개선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극동은 신북방정책의 핵심 무대가 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향한 우리의 꿈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러시아#동방경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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