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 총리 개인정보도 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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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최대 의료기관 해킹당해… 역대최대 150만명 정보 유출
싱가포르정부 “총리정보 겨냥 단순 해커 아닌 조직적 범행”

싱가포르 국민들의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해킹 공격을 당해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포함해 약 1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 유출 사건이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와 정보통신부는 2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2015년 5월 1일부터 이번 달 4일까지 싱가포르의 국립 의료기관인 ‘싱헬스(SingHealth)’의 외래병동을 방문한 환자 1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해커들은 싱헬스의 서버에 침투해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를 이용해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간 환자의 신상정보와 처방약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싱헬스는 산하에 4개 공공병원과 5개 국립전문센터, 8개 종합병원을 두고 있는 싱가포르 최대 의료기관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리 총리의 의료정보를 빼내는 데 주력한 것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리 총리의 정보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명확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진 흔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고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며 “해커들이 무엇을 찾기를 바랐는지를 알 수 없다. 아마 국가기밀이나 나를 공격하거나 당황스럽게 하는 무언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내 의료기록은 놀라울 것도 없는 (평범한) 기록이다”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이번 공격이 단순 해커의 소행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 사이버보안기구(CSA)는 “이 공격은 의도적이고 목표가 명확한 공격이었다”며 “단순 해커나 범죄조직이 벌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업체 파이어아이는 싱가포르 언론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고도로 발달된 사이버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급 해커 집단만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환자에게는 20일부터 5일 동안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리셴룽 총리#개인정보#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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