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텐, 생전 부적처럼 늘 지닌 돌멩이 2개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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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0일 1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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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캡처
사진 KBS 캡처
19일 강도 2명의 흉기에 찔려 숨진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25)이 평소 선조의 묘소에서 주은 돌을 부적처럼 들고 다녔다는 사연이 전해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항일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인 데니스 텐은 1930년대 소련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건너간 ‘고려인’의 후손이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알렉산드라 김은 데니스 텐의 할머니다. Ten은 한국 성 ‘정’ 씨를 ‘키릴 문자’로 음역한 ‘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조상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국제빙상연맹(ISU) 선수 이력엔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표기했고, 올림픽에서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카자흐스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텐은 2010년 강원도 원주 봉산동에 있는 외고조부 민긍호 선생의 묘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주어온 돌을 행운의 부적처럼 갖고 다녔는데,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딸 때마다 해당 돌의 의미를 강조하곤 했다.

그는 2011년 2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선조 묘에서 돌을 하나 가져와 늘 지니고 다녔다”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또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후 한국을 찾았을 때도 “미신을 믿지 않지만 외고조부에게 영향을 받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돌을 2개 들고 왔고 언제나 가방에 간직한다”고 밝혔다.

할머니로 부터 외고조 할아버지의 영웅담을 듣고 자랐다는 그는 “선조 묘역을 처음 찾았을 때 강렬한 감정이 밀려왔다”며 “이러한 감정을 통해 그 분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민긍호 선생은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가 1908년 2월 29일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광복 이후인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외신에 따르면, 텐은 1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자신의 자동차의 백미러를 훔치려는 2명의 남성과 다투다 칼에 찔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수배 중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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