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상진]‘불법 주정차 없는 마을’ 시범사업 제안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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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가 불법 주정차 차량에 막혀 진입하지 못하는 걸 보며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했다. 불법 주정차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내 이면도로에서 특히 심각하다. 보행자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된다. 모두가 심각성을 알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교통 분야의 오랜 적폐다.

불법 주정차의 가장 큰 원인은 주차 공간 부족이다. 지은 지 10년 이상인 다가구주택은 보통 한 필지에 6가구가 넘게 살면서 주차 공간은 차량 1, 2대 몫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방자치단체마다 1990년대부터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주택가 도로에 주차구획을 그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땅이 부족한 탓이다.

소극적 단속도 문제다. 아무리 주차할 곳이 없더라도 보도 위나 횡단보도 주변까지 차를 대는 비양심적인 행태를 적극 단속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출직 지자체장은 불법 주정차 단속에 소극적이다. 유권자 눈치를 보는 것이다. 단속 때마다 “주차할 곳이 없는데, 단속만 하면 어떻게 하냐”란 반발이 거센 탓이다.

결국 주택가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차면 공급과 거주자 우선주차제 정비, 단속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불법 주정차 없는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을 제안한다. 우선 주민 스스로가 적법한 주차를 위한 비용 지불 의사가 있어야 한다. 집과 주차장 사이에 약간 거리가 있어도 괜찮다는 동의도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지자체는 공동 주차장을 만든다. 주변의 빈 땅, 상업시설 주차장이 여기에 쓰일 수 있다. 그 대신 상업시설에는 건축물의 용적률을 높이는 혜택을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요금은 기존의 거주자 우선주차제와 비슷하게 설정한다. 거주자 누구나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낮에는 방문객도 주차요금을 내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관리비용도 낮출 수 있다. 주차요금 수익은 지자체 예산으로 편입해 주차 문제 해결에 활용한다. 그 대신 기존 거주자 우선주차제 이용 요금은 인상한다.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니 공동 주차장보다 비싸야 정상이다.

단속 강화도 필요하다. 민간 위탁, 폐쇄회로(CC)TV 활용도 가능하다. 주차면을 충분히 제공하면 단속에 따른 민원 제기 가능성도 낮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주차면 공유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민선 7기 지자체장의 임기가 막 시작됐다. 새로운 지자체장들이 이런 내용의 ‘불법 주정차 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공약에 없어도 괜찮다. 불법 주정차 없는 마을은 모든 지자체장이 약속한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장
#불법 주정차#주차#주정차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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