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좋은 일 이뤄질 것 확신”… 교황청 외무장관 갤러거 대주교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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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내에 들어설 JSA성당 건축 현장을 찾은 유수일 군종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폴 갤러거 교황청 외무장관, 염수정 추기경, 앨프리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왼쪽부터).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공동경비구역 내에 들어설 JSA성당 건축 현장을 찾은 유수일 군종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폴 갤러거 교황청 외무장관, 염수정 추기경, 앨프리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왼쪽부터).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한국과 세계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방문하게 돼 참으로 영광이다. 과거 분단의 상징이 미래에는 희망과 화해의 장소가 되기를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은 폴 갤러거 교황청 외무장관(대주교·64)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그는 거의 5분에 걸쳐 이런 내용을 깨알 같은 글씨로 남겼다.

갤러거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교황님의 안부와 인사를 대통령과 한국인에게 전한다”며 “10월 로마에서 만나 뵙길 바라면서 날짜와 시간을 조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바티칸에서는 10월에 주교 150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주교시노드(대의원대회)가 3주간 열려 교황의 해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거 장관은 2014년 교황 방한 이후 한국을 찾은 최고위급 교황청 관리다. 영국 출신으로 과테말라, 호주 교황대사를 거쳐 2014년 외교장관으로 임명됐다. 특히 1997, 1998년 북한을 방문한 경험도 있다.

갤러거 장관은 JSA성당 건축 현장과 판문점, 제3땅굴 등도 둘러봤다. 이 방문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군종교구장인 유수일 주교, 주한 교황대사인 앨프리드 슈에레브 대주교 등 가톨릭계 인사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가 동행했다.

갤러거 장관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국인들이 미래를 결정함에 있어 늘 보여주었던 결단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다가올 몇 달 동안 많은 좋은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주민을 위한 메시지에 대해서도 “인류는 늘 난관과 마주하며 전진해 왔다”라며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선의로써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과 지지가 확고하다”라며 “외교 책임자인 갤러거 장관의 방한은 최근 한반도 변화에 대한 교황청의 이해를 도와 향후 평화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JSA성당 건축 현장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기공식을 가진 이곳은 북한 땅과 가장 가까운 성당이다. 10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단층 건물로 내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갤러거 장관은 판문점 시설과 관련해 “나중에 박물관으로 이 장소를 써도 좋겠다”며 “바티칸에서 종전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농담 섞인 말도 했다.

갤러거 장관은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에 이어 7일 명동대성당 미사, 8일 대전교구 성지 방문 일정을 가진 뒤 9일 출국한다.
 
파주=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교황청#폴 갤러거#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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