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잠시 멈추면 진짜 자유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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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The Beatles ‘Strawberry Fields Forever’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원히 딸기밭에 있고 싶다는 이 노래는 존 레넌이 만들었습니다. 레넌의 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 돌아가셨고, 그는 한동안 보육원에서 자랐답니다. 그 보육원 옆에는 딸기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고 하죠. 어머니를 잃어 슬펐지만, 동시에 복잡한 상황과 걱정에서 벗어나 또래의 친구들과 놀게 된 레넌은, 그곳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행복했었다고 합니다. 노랫말에서도 어디에도 얽매일 필요 없는 그곳으로 다시 가고 싶다고 하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잠시 편할 수는 있지만, 결국 자기중심적인 착각과 현실 간의 괴리를 견딜 수 없게 되니까요. 레넌은 자유로움을, 고정관념을 버린 개인적인 동시에 객관적인 사유라고 말합니다. 그럼 비록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도 삶에 융통성이 생겨서 자유로워진다고요. 하지만 말이 쉽지 역시 실천은 힘듭니다. 늘 자신에 대해 회의하고 새로운 대안을 도출해야 하니까요. 레넌도 어려웠는지 노랫말에 이럴까 저럴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하기조차도 힘든 곳입니다. 어른들의 노동시간도, 아이들의 학습시간도 너무 길어서 혼자 생각하거나 가만히 있을 여유가 거의 없으니까요. 요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 공부와 놀이의 균형을 맞추자는 이야기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죠? 저도 대찬성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시간만큼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 뒹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부모들을 설득하고 싶죠.

아이들은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modation)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킵니다. 동화는 구체적인 사실과 현상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넷이고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멍멍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조절은 외부의 사실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나만의 생각하는 패턴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다리가 넷이고 털이 있는데 그것은 멍멍이가 아니라 야옹이라고 배우면, 아이는 헷갈리죠. 하지만 아이는 혼자 멍멍이와 야옹이를 비교해서 그 둘 간의 차이점을 파악하고 구별할 수 있는, 더 복잡해진 자신만의 사고 패턴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조절된 학습이죠. 학습한 세부적인 사실들을 그 나름대로 조절하여 그것들을 전체적인 흐름과 패턴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숲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얻으려면 혼자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그 과정은 놀이입니다. 엄마 아빠 놀이나 병원 놀이를 하면서 그것들의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이죠. 학생들은 선생님께서 가르쳐준 것들을 혼자 다시 풀어보며 배운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원래 있던 인지 체계에 새것을 더하는 조절된 학습을 해야 하는 것이죠. 어른들도 잠시 일에서 벗어나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현재의 나의 사회적 역할이 그 목표와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노래를 제 장례식의 배경 음악으로 틀어달라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제가 정답은 몰랐지만, 나 나름대로 의미와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이젠 영원히 딸기밭에서 기타 치며 즐겁게 노래하며 놀 거라고요. 저는 원래 그러라고 생겨난 존재였다고요.

▶비틀스의 ‘Strawberry Fields Forever’ 노래 들으러 가기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틀즈#존 레넌#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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