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생은 우연의 연속인데… 왜 성공법에만 매달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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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서유리 옮김/288쪽·1만4500원·동양북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항공기 엔지니어들은 전투기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공중전을 치르면서 격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할지를 찾는 작업이었다. 일단 공중전을 치른 뒤 무사히 귀환한 전투기들을 조사했다. 적기의 공격을 많이 받은 부분을 분석하면 구조적으로 보강할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조사 결과 적기의 총탄을 맞은 곳들이 전투기의 특정 부분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엔지니어들은 곧바로 총탄이 집중된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통계학자였던 아브라함 왈드는 반론을 제기한다. 총탄을 집중적으로 맞아도 무사 귀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부분이 오히려 튼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격추된 전투기들이 공격받은 부분을 찾아 보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전투기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 결과 왈드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공한 사람이나 사례에 집중해 문제를 해석하다 보면 오류가 발생한다. 심리학에서는 ‘생존자 편향(Survivor Bias)’ 현상이라고 부른다.

양자물리학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우연이 지배하는 삶에서 운이 좋은 승리자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은 영리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패자들의 운명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인뿐 아니라 기업, 국가의 운명에도 ‘우연’이라는 요소가 속속들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성공했다고 우쭐할 필요도, 실패했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이 책은 행복한 우연과 자신의 성취를 혼동하는 인간 속성을 양자물리학과 진화생물학, 심리학, 천문학, 통계학, 철학 이론을 통해 분석했다. 성공과 우연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물로 독자들에게 노력의 결과물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보장제도, 기부문화와 복지, 공익사업 등이 왜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그 철학적 논거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과학부 선정 ‘2018 올해의 과학 도서상’ 수상 작품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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