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 이해창 “라커룸에서 덕아웃까지 얼마나 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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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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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해창.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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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에서 덕아웃까지 30m쯤 될까요? 그 몇 걸음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더라고요.”

KT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시작에 앞서 장성우(28)를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수비력 때문이었다. 지난해 11홈런을 때려내며 잠재력을 선보였던 이해창(31)은 백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해창은 개막 직후부터 장타력을 발휘하며 주전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해창은 17일까지 16경기에서 타율 0.325 4홈런 13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발목 부상에 발목 잡혔다. 이해창은 17일 수원 SK전 6회말 주루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러 교체됐다. 검진 결과는 발목 염좌. 회복 기간이 3주에 달하며 1군에서 말소됐다. 19일 수원 SK전에 앞서 만난 이해창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그는 “시즌에 앞서 ‘적어도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그게 유일한 목표였다. 하지만 개막 직후부터 깨지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KT는 이해창이 빠진 첫 2경기에서 무기력하게 2패를 당했다. 앞선 4연패에 보태 6연패.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패를 끊었지만 순항하던 시즌 초 행보와 멀었다. ‘안방마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창은 라커룸에서 사복 차림으로 치료받으며 하릴없이 패배를 지켜만 봤다. 몇 번이고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가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이해창은 그럴 수 없는 자신을 수도 없이 탓했다. 그는 “경기장까지 그 30m가 멀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치료가 끝나고도 집에 가기 싫었다. 내가 있었다고 질 경기를 이기진 못했겠지만, 미안함이 너무 컸다”고 자책했다.

kt 이해창.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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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에 자리 잡은 뒤 처음으로 맞는 부상.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부상과 익숙했던 그는 이제 의연하게 주위를 위로할 만큼 훌쩍 컸다. 특히 부상 과정에서 이해창에게 무리한 진루를 지시했던 고영민 3루코치는 이해창의 부상 직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줄곧 미안하다고 했다. 실제로 팬들은 이 장면을 두고 고영민 코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작 이해창은 “코치님 탓에 발목을 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무리해서 살아보려다 삔 것이다. 내 욕심이니 내가 잘못한 것이다”라며 오히려 고 코치를 감쌌다. 슬퍼하는 아내에게도 “1군에서 자리 잡는 순간을 기다리며 버텨온 시간이 몇 년인데 고작 3주가 대수일까. 팀에는 미안하지만 세상 끝난 것 같은 큰일은 아니다”며 위로한 이해창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정형외과만 가면 늘 수술 진단을 받았던 그에게 3주 결장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첫 검진에서 두 달 이상 회복기간 진단을 받았으나, 교차 검진 덕에 3주로 줄었다는 데 오히려 안도하는 그다. 이해창은 “예전에는 부상당하면 나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 검진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구단 트레이닝 파트에서 신경을 너무 많이 써주셨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해창은 “치료 잘 받으며 준비 잘해 복귀하겠다. 그때까지 팬들께서 나를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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