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광저우 열풍, 건강한 변화? 불안한 위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2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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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1부)의 ‘절대강자’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위상은 상당하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통한다.

광저우에게 자국은 좁았다. 2010년 갑(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슈퍼리그에 승격한 뒤 승승장구했다.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으로 중국 무대를 평정했다.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제대회로 동시에 눈을 돌렸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광저우는 유럽 빅 클럽 못지않은 슈퍼스타 쇼핑으로 2013년과 2015년, 2차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다.

특정 지역을 넘어 전국구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팬 층을 보유한 팀이 됐다. 안방인 톈허 스타디움은 항상 붉은 물결을 자랑했고, 광저우가 ACL 원정을 떠나면 해당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015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거둔 광저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5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거둔 광저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지어 몇몇 국가에서는 홈 팬보다 원정 팬이 많은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의 분위기와 열기는 예년에 비해 많이 식은 듯 하다. 직접 중국에서 날아오는 정성을 쏟는 팬들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대신 해당 국가에서 팬들을 끌어 모으는 데 좀더 주력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축구굴기’를 외치며 정부에서부터 각별한 관심을 쏟았음에도 중국축구의 성장은 상당히 더뎠다. 클럽이 성장하면 자국 대표팀도 비상할 것으로 알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사들이면 단기간 흥행은 보장되지만 대표팀이 성장할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외국인 선수보유 및 출전 숫자를 줄이고 해외 지출 이적료와 똑같은 액수의 발전기금을 거둬들이는 등 직접 자국 클럽들의 무분별한 씀씀이를 통제하고, 유소년 성장에 초점을 두는 배경이다.

21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풍경도 그랬다. 톈허 스타디움 스탠드에 내걸린 대형통천도 고작 2개 밖에 가져오지 못할 정도로 초라해졌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중국 팬들은 상당수가 기업 주재원 혹은 유학생들이었다.

오사카 원정을 온 광저우 에버그란데 팬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사카 원정을 온 광저우 에버그란데 팬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항상 몰려다니며 왁자지껄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해온 중국 취재진도 10여명에 그쳤다. 투자가 뜨겁게 불붙던 시절, 항상 수십여 명의 기자단을 동행해온 터라 예전과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했다.

한 중국 기자는 “거품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암표상이 출몰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홈경기에도 빈 좌석이 많이 발견된다. 해외 스타들을 사랑하던 이들이 대거 떠났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여러 면에서 건강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방향이 옳다”고 설명했다.

오사카(일본)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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