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늘리고 혁신 가속… KAI, 재기 날갯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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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사장, 충원-매출청사진 발표
작년 악재 딛고 올 700명 이상 고용… 항공정비사업 본격화땐 추가 채용
美 고등훈련기 수주여부 큰 관심… 수리온 헬기 4월부터 본격납품



잇단 악재로 늪에 빠졌던 KAI가 올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검찰 수사로 인한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분위기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새로운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고용 계획을 밝혔다.

19일 KAI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대를 위해 최대 규모 신규 채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KAI는 올해 700명 이상을 새로 뽑는다. 이는 현재 KAI 직원(4100여 명)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고용(400명) 규모에 비해 75% 늘어난 수치다.

김조원 KAI 사장(사진)은 “대형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개발 및 생산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채용계획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 사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김 사장은 KAI가 진행 중인 항공정비(MRO) 사업이 본격화되면 추가 채용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AI는 미래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 규모도 올해 총 3800억 원으로 지난해(1758억 원)의 약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생산시설, KF-X, 헬기 개발, MRO 사업 추진 등에 쓰인다.

KAI는 지난해 10월 김 사장이 취임한 뒤 경영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외부 전문가와 내부 직원들이 참여해 60여 개의 혁신과제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조직을 슬림화하는 통폐합을 단행하고 블라인드 채용, 인사제도 점검, 채용비리 원천 차단 등을 위해 시스템과 제도를 바꿔 나갔다.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도 강화하고, 직원들을 위해 자유로운 휴가 사용, 초과근무 축소 등의 각종 복지 혜택을 늘렸다. 여성 직원들을 위한 전용 휴게실과 모유 수유 시설도 만들었다.

KAI는 올해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KAI는 지난해 1972억 원의 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도 2350억 원 적자로 당초 증권가에서 예상된 적자 규모(약 1503억 원)를 훨씬 넘어섰다. 매출은 2015년 이래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KAI는 이날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경영실적도 올해부터는 정상화될 전망”이라며 매출 목표 2조4734억 원, 영업이익 목표는 흑자전환으로 잡았다. 수출 목표는 약 2조3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원하는 MRO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가장 큰 재기의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AI는 내달 발기인 조합을 설립하고 8월 법인 설립, 11월 국토교통부 인증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12월에 본격적으로 정비 사업에 착수하고 내년에는 해외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MRO 시장은 2016년 2조9000억 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4조3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는 민간, 군용을 합쳐 총 2300대 정도인데 상당수가 정비할 곳이 없어 몽골 등 다른 국가에 정비를 맡기고 있다.

미국 고등훈련기(APT) 수출 사업 수주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미국 록히드마틴과 KAI 컨소시엄, 보잉과 스웨덴의 사브 컨소시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DRS가 경합 중이다. 사업 규모는 약 17조 원, 산업 파급효과는 7조 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4만 개로 추산되는 대형 사업이다. 결과는 5, 6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빗물 새는 헬기’라는 오명을 썼던 국내 독자 개발 헬기 수리온은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민수용(민간용)으로 개조된 수리온이 올해 4월 산림청에 납품될 예정이다. 제주 소방헬기로 선정된 수리온은 현재 비행시험을 거듭하며 격납고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KAI 관계자는 “방산제품은 해외에서도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결함 수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수리온의 기술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친 측면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본사가 위치한 경남 사천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앞으로 우공이산(愚公移山·우직한 사람이 산을 옮긴다)의 심정으로 경영에 나설 것이다. 올해는 KAI에 매우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kai#채용#김조원#고용#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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