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구치 그레이스 짐 싸라” 짐바브웨 수만명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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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무가베 부부 제명조치… 당대표에 음낭가과 前부통령 임명
“20일까지 안 물러나면 탄핵 착수”

가택 연금 상태인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퇴진이 임박했다. 수만 명의 시위대가 수도 하라레 거리로 몰려나와 무가베 퇴진 시위를 벌인 가운데 집권당이 20일을 자진 사퇴 시한으로 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19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비상총회를 열고 무가베 대통령과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맡고 있던 당 대표직에는 이달 초 무가베에 의해 해임된 에머슨 음낭가과 전 부통령이 임명됐다. 군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음낭가과는 해임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물다 군부가 정부를 장악한 뒤 16일 귀국했다. 이날 비상총회에서 “음낭가과가 신임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ZANU-PF 중앙위원회는 이날 비상총회를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20일 정오까지 물러나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결정했다. 비상총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이너슨트 고네세 의원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21일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비상총회에서 사퇴 시한이 더 앞당겨진 것이다.

탄핵 사유로는 재산 축적, 측근 부패와 권력 남용, 경제 파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전방위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은 19일 육군참모총장 등 군 사령관들과 만났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군부가 자진 사퇴 방식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길 원하고 있어 무가베 대통령이 금명간 퇴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사태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라레 현지를 취재한 BBC 특파원도 “18일 시위와 19일 면담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무가베가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전했다.

주말인 18일 하라레에서는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 수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날 시위에는 시민사회뿐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던 여당 주 지부들과 재향군인회 인사를 비롯해 독립운동 참전용사들까지 참여했다.

거리는 이미 무가베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환영과 축하 분위기로 넘쳐났다.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며 경적을 울렸다. 시위 참여자들은 시위를 통제하러 나온 군인들을 껴안기도 했다. 이들은 무가베 대통령을 향해 “할 만큼 했다. 당장 짐바브웨를 떠나라”고 외쳤다. 명품 구치 브랜드를 애용한 그레이스 여사를 가리키며 ‘구치(Gucci) 거적때기, 짐 싸라’는 내용의 포스터도 뿌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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