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PO를 지배하는 ‘신기한’ 3가지 키워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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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NC에 14-3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NC에 14-3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NC와 두산이 만난 플레이오프(PO)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의 시리즈로 흐르고 있다. 매 경기 약속이나 한 듯 만루홈런이 터지고, 선발승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양 팀 모두 마운드가 강하고 전력의 짜임새가 있는 팀들인 만큼 적은 점수에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매 경기 일방적인 스코어로 승부가 갈라지고 있다. 큰 줄기에서 이 3가지는 올 가을 PO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2회초 1사 만루에서 두산 민병헌이 NC 해커를 상대로 우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2회초 1사 만루에서 두산 민병헌이 NC 해커를 상대로 우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만루홈런 폭발

PO뿐만 아니라 역대 포스트시즌(PS)을 통틀어 전례가 없던 장면이 매 경기 연출되고 있다. 바로 만루홈런 폭발이다. 이번 PO에서는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매 경기 만루홈런이 이어지고 있다. 1차전에선 5회초 NC 재비어 스크럭스가 만루홈런을 쳤고, 2차전에선 두산 최주환이 6회말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3차전에선 두산 민병헌이 2회에 만루홈런을 생산했다. 이에 앞서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도 NC 모창민이 롯데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이번 PS에서만 무려 4개의 만루포가 가을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만루홈런을 친 팀이 모두 이기는 법칙이 이어지고 있다.

PO 3연속경기 만루홈런과 PS 만루홈런 4개는 역대 PS 사상 최초의 일이다. 와일드카드(WC), 준PO, PO, 한국시리즈(KS)를 통틀어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만루홈런은 총 11개 나왔고, 올해 4개가 추가되면서 통산 15개의 그랜드슬램이 그려졌다. 지난해까지는 모든 PS 시리즈(WC+준PO+PO+KS)를 합쳐도 한 해에 가을잔치에서 만루홈런을 가장 많이 구경한 것이 1개였다. 2개조차 없었다.

※역대 PS 만루홈런 리스트


▲1호=1982년 KS 6차전 OB 김유동(동대문 삼성전)
▲2호=1989년 준PO 2차전 삼성 김용국(대구 태평양전)
▲3호=1997년 PO 1차전 LG 유지현(잠실 삼성전)
▲4호=1999년 PO 3차전 한화 장종훈(대전 두산전)
▲5호=2001년 KS 4차전 두산 김동주(잠실 삼성전)
▲6호=2002년 준PO 1차전 LG 매니 마르티네스(수원 현대전)
▲7호=2004년 준PO 2차전 두산 홍성흔(광주 KIA전)
▲8호=2006년 준PO 2차전 KIA 이현곤(광주 한화전)
▲9호=2009년 준PO 3차전 두산 김동주(사직 롯데전)
▲10호=2011년 준PO 1차전 KIA 차일목(문학 SK전)
▲11호=2012년 KS 2차전 삼성 최형우(대구 SK전)
▲12호=2017년 준PO 1차전 NC 모창민(사직 롯데전)
▲13호=2017년 PO 1차전 NC 재비어 스크럭스(잠실 두산전)
▲14호=2017년 PO 2차전 두산 최주환(잠실 NC전)
▲15호=2017년 PO 3차전 두산 민병헌(마산 NC전)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무사 만루 두산 최주환이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무사 만루 두산 최주환이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선발승 실종

이번 PO에서는 또 하나 특기사항이 있다. 바로 선발승이 없다는 점이다. 양 팀 모두 사실상 선발투수가 실종되고 불펜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1차전에서 NC 장현식은 3.2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고, 두산 더스틴 니퍼트는 5.1이닝 6실점(5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2차전에서 NC 이재학은 3이닝 4실점, 두산 장원준은 5.1이닝 6실점(5자책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3차전에서 NC 에릭 해커는 3.2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두산 마이클 보우덴은 타선의 넉넉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3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4회에도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강판됐다.

3차전까지 선발승이 실종된 가운데 1차전 승리투수는 NC 2번째 투수 제프 맨쉽(1.1이닝 1실점), 2차전 승리투수는 두산 2번째 투수 김승회(1.1이닝 1실점), 3차전 승리투수는 두산 2번째 투수 함덕주(2.2이닝 무실점)가 가져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3경기 모두 승리팀의 2번째 투수가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 3명(맨쉽, 김승회, 함덕주)은 모두 이번 가을잔치에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2루에서 NC 선발 해커가 교체되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2루에서 NC 선발 해커가 교체되고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사라진 접전

최근 수년간 정규시즌에서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을잔치에서는 최강의 선발진과 최정예 불펜 필승조가 등판하는 만큼 두 자릿수 득점이 터지는 경기는 흔하지 않다. 지난해도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라고 했지만, 총 14경기의 가을잔치(WC 2경기, 준PO 4경기, PO 4경기, KS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팀이 단 한 팀도 없었다. 14경기 모두 승리팀도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특히 PO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승리팀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뽑았다. 게다가 패한 팀은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3차전까지 단 한 경기도 접전 없이 일방적인 승부로 흐르고 있다. 1차전에서는 NC가 13-5로 크게 이겼고, 2차전에서는 두산이 17-7로 대승했다. 그리고 3차전 역시 두산이 14-3으로 대승을 거뒀다.

역대 PS 전 경기 스코어를 집계해 봐도 3경기 내리 승리팀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고, 패전팀이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3경기 내리 접전 없이 일방적인 스코어로 진행된 시리즈는 올해 PO가 최초다.

과연 4차전에서도 PO를 장식하고 있는 이런 흐름들이 이어질까. 아니면 4차전만큼은 다른 양상을 보일까. 4차전에 두산은 유희관, NC는 정수민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마산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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