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손가락 끝에 물혹? 건선 관절염 의심해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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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 안강병원장
안강 안강병원장
쿠웨이트에 있는 지인이 병원에 자신의 동생을 보냈다. 지인의 동생은 심한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다. 특히 네 번째 손가락은 움직여도 아프고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병원을 수소문하며 여기저기 다녀 봤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그는 타 병원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 힘줄이 걸려서 못 움직이는 ‘방아쇠 수지’로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수술을 권유받기도 했다.

검사를 하던 나는 그의 손톱에서 작은 구멍들을 발견했다. 앓고 있는 다른 질환이 없는지 물어봤다. ‘건선’을 앓고 있다고 했다. 건선은 자극이 많은 피부에 은백색의 비늘처럼 표면이 일어나는 만성질환이다. ‘옳다’ 싶었다. 손톱에 작은 구멍들이 생기는 것은 ‘건선 관절염’이나 ‘건선 힘줄염’을 앓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그의 손가락 방아쇠 수지는 건선에 의한 것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손가락이 심하게 부을 때는 소시지 모양으로 붓고 약을 먹으면 가라앉는다고 했다. 약 복용을 멈추면 다시 붓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건선에 의한 방아쇠 수지와 손가락 관절염 증세다. 이는 일반적인 관절염(골관절염)과는 확연히 다른 증세를 가진다. 이 환자는 2년간 꾸준한 치료를 받고 지금은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건선 관절염 외에도 통풍으로 인한 관절염이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유아형 관절염도 의외로 흔하게 일어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손가락 관절염은 손가락 끝의 관절이 붓고 아픈 것이 특징이다. ‘부차드 결절’이라고 부르고 가운데 손가락에 많이 발생한다. 많이 사용하지 않고 쉬면 아프지는 않지만 뼈가 심하게 변형된다. 반면 건선 관절염은 손가락 끝에 물혹 같은 것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인 물혹과 달라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관절염이 생기면 지나치게 주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관절을 빠르게 나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로 관절염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관절 부위를 손으로 가볍게 문지르고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힘줄이나 근육을 마사지 해주는 것만 해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또 피를 잘 돌게 하고 운동범위를 잘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편해지거나 부기가 가라않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진정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 평생 근·골격계 통증을 연구해 온 본인의 소감이다.
#안강병원장#건선 관절염#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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